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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084760
· 쪽수 : 302쪽
· 출판일 : 2020-11-17
책 소개
목차
PART1, 옛길에 빠지다
감고당 길 ---15
영원한 재귀 ---21
궁 속의 궁, 건청궁--- 27
장희빈 신주를 모신 칠궁 ---33
경복궁 서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39
궁정동, 무궁화동산 ---45
춤추는 언덕길 ---49
익선동, 낮은 창문 앞에
서다 ---55
문밖에서 ---63
공평도시유적전시관(김승옥의 무진기행 풍) --- 71
‘송석원’을 찾아서 --- 77
창경궁 유리온실 이야기 --- 85
허난설헌의 곡자 ---91
귀신사 홀어머니다리---99
고유정, 2019년과 1933년 사이 ---107
PART2, 카메라에 담긴
생각
봄 외 ---114날
PART3, 글의 풍경
토니오 크뢰거---152
내버려 둬--- 158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다 ? 164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좋아지는 순간---168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172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예예찬---177
뽕짝---180
태어나줘서 고맙다---182
설날과 위로---185
넌 너무 말이 많아---187
클린트 이스트우드 닮고 싶다---192
PART4, 광화문으로 가는 여섯 갈래 길(실화소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200
한교훈 씨, 그 오래도록 불편한 기억 ---282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악기 소리에 빨려가듯 누가 내 곁을 지난다. 어제도, 그제도 봤던, 노란 티셔츠를 입은 여자다. 인현왕후나 명성황후가 여전히 이승을 떠나지 않고 감고당 길을 떠도는 것은 아닐까.
(감고당 길)
비를 품은 구름이 조만간 유리창으로 다가올 기미다. 빗방울이 흐린 하늘에 떠도는 잠자리 날개를 스치고 떨어지면 우산을 쓰고 골목길로 나서야겠다. 한남권번 출신 박녹주를 찾아 익선동으로 갈 생각이다. 천둥이나 번개가 쳐도 아무런 동요 없이 걸어갈 자신이 있다. 깊은 숙성에 혀가 오므라드는 소주, 오래 묵었지만 가벼워서 멀리 퍼져가는 향,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 소설이 나를 사로잡는다. 요컨대 나는 현재와 더불어 과거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현상을 즐기는 취향이다. 길을 걷다가 내 부주의한 발이 남의 집에서 내놓은 화분을 걷어차도 우연은 아니다. 이미 수백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서울의 골목길에서 벌어졌다. 나는 ‘영원한 재귀(再歸)’를 믿는다.
(영원한 재귀)
장희빈의 아들 경종은 친모를 옥산부대빈(玉山府大嬪)으로 추존했다. 묘지는 서오릉 내에 있으며 그 이름이 대빈묘(大嬪墓)다. 한때 이 묘는 여성 관람객으로 넘쳤다고 한다. 신랑감이 생긴다는 속설을 믿고 ‘희빈 언니의 기’를 받기 위해 미혼 여성들이 무덤을 돌거나 봉산탈춤을 춘다는 얘기였다. 기혼 여성들도 대빈묘에 와서 소주를 따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뭘까. 장희빈의 기가 워낙 세서 바위로 무덤 위쪽을 눌렀지만, 바위를 뚫고 소나무가 솟아올랐다는 이야기를 믿고?
(장희빈의 신주를 모신 칠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