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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5149179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6-07-08
책 소개
목차
1 소란스러운 세상 7
2 사십 일 밤낮 65
3 어두운 면 143
4 침묵과 신들 203
5 침묵의 장소 267
6 사막의 은둔자들 327
7 고독의 축복 385
8 집으로 443
주 495
리뷰
책속에서
끊임없는 소음은 침묵을 위험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관계의 얄팍함을 은폐한다. 집단 내에서 짧은 순간의 침묵도 덮어버리기 위해 초조하게 꺼내는 대화가 그 한 가지 현상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재앙을 기리는 방법이 침묵에서 박수갈채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갑작스럽거나 충격적인 죽음에 환호하며 박수를 치다니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리스 존스의 장례식이 열린 리버풀 성당 밖에서 낯선 사람들 무리가 그랬다. 열한 살짜리 소년이 거리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 죽은 것은 끔찍한 비극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축하하는 것인가, 왜 침묵하지 않는 것인가?
물리적으로도 침묵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었다. BBC 라디오의 음향기록 보관소에는 놀라우리만큼 다양한 범위의 침묵이 녹음되어 있다. ‘밤의 침묵-도시의 거리’, ‘아침의 침묵-사우스다운스의 새벽’, ‘아침의 침묵-겨울의 황무지’, ‘침묵, 거실에서’-‘차고에서’-‘대형 홀에서’-‘시멘트 벙커에서’-‘해변에서’. 그런데도 라디오 프로듀서들은 대부분 자신의 특정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만의 침묵을 찾아 녹음해오는 것을 선호했다. 어떻게 보면 지구의 대기권 안에서 진정으로 완전한 침묵이란 사실상 절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각기 다른 침묵이 각기 다른 정서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낭만주의자들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고독과 침묵을 찾아 나섰다. 사막의 은둔자들이 ‘자신을 잃어버리기 위해’ 침묵과 고독을 찾아 나섰듯이 말이다. 은둔자들이 대체로 ‘침묵’이라는 단어를 선호한 반면 낭만주의자들은 ‘고독’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으며 침묵에 빠지는 것은 결코 원치 않았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목소리를 찾는 방법으로 침묵을 이용하고자 했다. 종교적 ‘피정(retreat)’이라는 개념을 본뜬 침묵과 고독의 시기는 독립성과 진실성의 발달에 중요하며, 개인이 ‘문명화된’ 삶에 순응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