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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6460396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1장 하늘과 구름과 비행선
2장 아지랑이
3장 별이 흘날리는 커리를
4장 SUR UN NUAGE
5장 하얀 그림자들
6장 왕자와 마법
7장 환상 정원
작가의 말
책속에서
정오를 조금 지났을 무렵, 그 마을에는 폭풍이 거칠게 불어 대고 있었다.
봄날의 거센 바람과 마을 중심부에 있는 큰 포목점 건물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자아내는 바람이 지기 시작한 벚꽃 잎을 휩쓸고,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나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휩쓸면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벚꽃 의상을 입은 소녀는 긴 소매로, 더럽혀진 기요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실제로 그 손은 기요에게 닿지 않고 단지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감각만이 기요의 뺨에 남았다.
- 너는 살아남아줘. 살아서 내 몫까지 자라 어른이 돼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저택에서 나올 수 없었던 나를 대신해서 가능한 한 멀리 가서 그 목숨이 다하는 한 자유롭게 살아줘.
"공주님, 공주님."
- 행복해지렴, 기요. 나는 네가 정말 좋았어.
벚꽃 의상을 입은 소녀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무심코 끌어 안으려고 한 기요의 품속에서 그 모습은 다시 무수한 빛의 잎이 되더니 허공으로 흩어졌다.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다.
은색 올벚나무 고목 앞에 모르는 소녀가 서 있었다. 긴 까만머리를 한 그 아이는 벚꽃 무늬가 들어간 흰색 기모노를 입고 공주님 같은 은비녀를 끼고 있었다.
그리고 사야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슬픈 듯한 그리운 듯한 표정에다 맑고 까만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연분홍색 입술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이 움직였다.
다음 순간에 그 아이의 모습이 공간에서 씻겨버리듯이 사라졌다.
사야카의 가슴은 고통스러울 만큼 크게 쿵쾅쿵쾅 고동쳤다.
현관문에 무심결에 기댔다.
'……유령? 요괴?'
오랫동안 그런 것은 '보지 않고' 지내왔는데.
마음의 눈을 닫고 '보지 않도록' 늘 주의했는데, 그래서 이젠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또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