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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5074760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0-04-02
책 소개
목차
「트로이메라이」
「벚나무 밑에서」
「가을 축제」
책속에서
‘봄이 왔어요. 역 앞 공원에 해바라기가 활짝 폈습니다. 해바라기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에 피는 꽃이었지만 기후가 바뀐 지금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 되었어요.’
(중략)
나는 더위에 무척 약하다. 내가 아직 아기였을 때 돌아가신 엄마처럼.
일본과 세상의 많은 사람이 엄마처럼 요즘 세상의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여름이 올 때마다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여름은 죽음의 계절이다. 세계 인구는 2000년 무렵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_ 「트로이메라이」
방에서 잔에 든 차가운 차를 마시는 사이에 졸음이 쏟아졌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 보았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난감해 하자 시로가 곁에서 조용히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트로이메라이’였다.
시로의 팔이 허공을 쓸고 손가락 끝이 보이지 않는 현을 튕기면 소리가 들린다. 시로의 몸 안에는 테레민이 내장되어 있다. 손과 손끝의 움직임만으로 음악이 생겨난다. _ 「트로이메라이」
유리. 10년 전에 처음으로 이 집에서 만났을 때 나는 다섯 살이었다. 유리도 다섯 살이었다. 나이는 같아도 나는 고양이고 유리는 인간이므로, 이미 어엿한 어른인 내가 어린 유리의 언니 같았지. 그때도 섣달 그믐날이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밤. 내가 추위를 타는 어린 유리의 품에 안겨 따뜻하게 데워 주었지.
옛날 일을 떠올리고 목을 고르륵고르륵 울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내 머리에 다정하게 손을 올리고 유리에게 말했다.
“사쿠라는 완전히 나이를 먹었어. 온종일 잠만 자. 이래 봬도 사실은 이미 꼬부랑 할머니거든.”
그런 말은 실례야. 나는 꼬리를 붕붕 휘둘렀다. _ 「벚나무 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