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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702939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문을 열어주는 사람
마녀클럽
친구. 때론 친구 이상!
벨기에 해변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
농부의 마법
여자들은 진짜를 만들지
끝난 곳에서 시작한다
제대로 프랑스적인 삶
거위 대신 사슴
죽은 마을의 산 것
마르세유가 어때서
같이 뛰어내리는 거야!
복숭아를 발라내며
집에 가자
사라지지 않아도 좋은 상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새로운 향을 맡을 준비
이탈리아에서 임자를 만난다는 것
너는 젤라또
낭만, 고양이처럼 부빌 수 있는 사람
닥치고 나폴리 피자
나의 도시, 나의 초초
캠프힐에서 무얼 얻었냐는 초초의 질문에
되는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다!
떠나지 못하는 남자
만남도 이별도 없는 여행
시라쿠사의 처방전
시장이 좋으면 다 좋다
물들고 싶은 색깔을 찾아
나오는 글. 한번의 작은 생애
10년 만에 다시, 나오는 글. 실패한 여행, 덧 있는 찰나들
부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희생과 봉사의 깃발을 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사실 도피였다.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가 비상착륙을 했는데 그곳이 엉뚱하게도 더 많은 사람들 속이었다. 깊이 숨으려면 시장통에서 사람들과 뒤섞이라던데 우연히도 그렇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한 그때의 도피는 화약을 짊어지고 불에 뛰어든 격이었다. 당연히 폭발이 있었다. 다치고 다치게 하고 화내고 위안받다가, 언뜻 돌아보니 가면을 쓰지 않고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을 알게 된 곳, 그들을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곳이 캠프힐이었다. 당신이 나와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도, 당신 역시 귀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주체임을 인정하고 나니, 역으로 내 삶이 존중받는 곳이었다.
‘길 위의 친구’에 호기심이 생긴 한국의 지인들은 그 지점을 가장 궁금해했다. 사람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나는 사람들의 프로필 페이지에 적혀 있는 자기소개 문구나 사진을 보았을 때 문자나 이미지 너머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들에게 연락했을 때 대부분 기쁘게 초대해 주었다고,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서로의 언어 수준을 뛰어넘는 공감과 교감의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오로지 나의 직감과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기에 사람을 믿는 것은 결국 나를 믿는다는 말과 같다고 답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이런 다짐을 했었다. 3개월의 여행은 길다. 분명히 방향을 잃을 것이다. 어긋나고 갈등하고 원망하고 후회할 것이다. 그럴 때면 이렇게 하자. 생각을 멈추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하자. 당장 곁에 있는 사람을 보자. 그 안으로 들어가자. 그게 나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