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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91197032509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1-06-17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_내 친구 켄 로치
켄 로치를 찾아서, 켄 로치를 따라서 | 사회상을 읽어주는 영화 | 내가 사랑한 켄은 어떤 사람일까?
1장 죽어도 멜로드라마는 찍지 않는다
노동자 시대의 서막 | 출세가 보장된 법률가의 길을 버리다 | BBC에서 만든 뉴웨이브 작품들 | 켄은 트로츠키주의자일까? | 켄의 초기 드라마들 | 그들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 내 안에는 마음이 너무도 많아 | 트로츠키주의가 영국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 | 나 같은 여자는 성공을 꿈꿀 수 없어 | ‘케스’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
2장 오로지 민주주의 영화를 찍는다
추락하는 영국 |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통념을 따르는 게 좋다는 통념을 비판한다 | 1970년대의 드라마 | 정신병원은 권력의 실험실일까? | 막장의 끝
3장 최악의 검열에도 항상 찍는다
길을 잃은 영국 노동당 | 누구에게나 일자리가 필요하다 | 조국을 찾아서, 아버지를 찾아서 | 1980년대 다큐멘터리
4장 언제나 최하층 사람들을 찍는다
1990년대 영국 노동계급의 인식 | 법은 누구의 편인가 | 노동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 하늘에서 돌이 비처럼 쏟아진다면 | 누구를 위한 장미인가 | 일상화된 죽음을 그린 1990년대 다큐멘터리 | 한국과 영국의 노동법
5장 목숨을 건 진실투쟁을 찍는다
스페인혁명 | 피카소와 헤밍웨이의 스페인 | 스페인은 대의의 전장이었다 | 조지 오웰의 스페인 | 그녀의 무덤에서 가져온 흙 한 줌 |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6장 참된 민중혁명을 위해 찍는다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 모두에게 모든 것을, 우리 자신에겐 아무것도 | 언니는 매일 16시간씩 일해, 형부 병원비를 내려고 | 장미의 이름으로 | 노동자여, 연대하라! | 식스틴, 전혀 달콤하지 않은 | 9월 11일의 코인씨던스 | 다정한 입맞춤, 그리곤 영영 이별
7장 해방과 자유를 위해 찍는다
억압자 이스라엘에 반대하다 |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다 | 시 「보리밭을 흔드 는 바람」 | 영국과 아일랜드, 800년간 이어진 침략의 역사 | 우리에게 조국이란 무엇인가? |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원했던 것 | 나의 아일랜드 | 나도 당신도 나빠질 수 있다
8장 행복과 복지를 위해 찍는다
‘제3의 길’ 이후 2010년대의 영국 | 전쟁의 광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 시대정신은 없다 | 천사의 몫을 룸펜프롤레타리아에게 | 혁명은 일상의 변화를 스스로 촉구할 때 가능해진다
9장 인간성 회복을 위해 찍는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 인생 이야기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 |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 명목은 개인사업자, 현실은 택배노동자 | 분노하는 대신 우리는 죽어간다
에필로그_자유로운 개인, 행복한 노동
진실의 평범성에 눈을 돌려라 | 켄 로치의 영화 철학은 사회적 리얼리즘이다 | 자유로운 개인, 행복한 노동은 가능한가?
켄 로치 필모그래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토지와 자유>가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된 켄의 작품인 셈입니다. 스페인혁명은 스페인에서 1935년 민중정권이 수립되자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터진 전쟁이에요. 우리는 그 전쟁에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나 조지 오웰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 지식인들이 ‘세계의 정의’ ‘인류의 정의’를 위해 참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지식인보다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많이 참전했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비슷한 경험이 없는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1930년대에는 ‘세계의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실제로 많이 있었습니다. 켄이 이 영화를 만든 것도 그런 사람들이 기억되고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랐기 때문일 테지요. 영화에 나오는 감동적인 대사, 즉 “혁명은 전염병과 같아. 우리가 성공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 테지. 그래도 괜찮아. 우리의 시대가 꼭 올 거야.”라는 그 말이 바로 시대의 과제이자 켄의 과제를 응축한 표현 아닐까요? 하지만 영화의 결말처럼 혁명의 시대는 오지 않았고, 영화에서처럼 모든 혁명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저는 ‘우리의 시대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희망을 여전히 품고 살아갑니다. <토지와 자유>의 마지막에 인용된 윌리엄 모리스의 시 「그날은 온다The day is coming」의 다음 구절처럼요. “누구도 질 수 없는 싸움터로 가라/ 늙어 죽어가도 그 행적은 영원하기에.”_<내가 사랑한 켄은 어떤 사람일까> 중에서
한편 크리스토퍼 힐은 특히 과거와 현재의 상호작용에 주목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태도와 역사에 대한 해석 역시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에 의하면 현대 정치가 역사학에 혁명을 일으킨 가장 극적이고 광범위한 예는 ‘여성사’와 ‘아래로부터의 역사’입니다. 특히 그는 현대에 가장 보람 있는 태도 변화가 ‘아래로부터의 역사’ 출현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역사를 소유한다는 사실, 혁명적인 변화를 위해서든 연속성을 위해서든 역사적 과정의 어떤 방향을 결정하는 데 보통사람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역사의 관심이 귀족, 양반, 상인, 성직자에서 농민, 장인, 빈민으로 옮겨갔고, ‘보통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대중운동의 역사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치혁명은 이미 그 안에 경제적 명분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정치혁명은 결국 사회적, 경제적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요지인데요. 그러나 유물론이 주장하는 경제적 결정론은 경계해야 하고, 혁명이 일어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의 변화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 자신 평생 노동하듯 영화를 만들면서 전반적인 시민 의식의 혁명을 꿈꿔온 켄의 생각과 바람도 크리스토퍼 힐과 같았습니다. _ <켄은 트로츠키주의자일까?> 중에서
저는 이따금 ‘오십 년 동안 주택문제를 비롯한 복지제도에 관심을 가진 켄과 같은 영화감독이 우리에게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 <캐시 컴 홈>처럼 노숙인 문제를 다룬 소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한국의 주거 현실이 오십 년 전 영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주택자가 인구의 반을 넘겼지만 집은 여전히 투기의 대상입니다. 투기수단으로서의 주택건설은 건설경기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앞당긴 측면도 분명 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국민의 심성을 피폐화했고, 사회를 분열시켰고, 가치를 전복했습니다. 전월세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집이 있어도 혼자 힘으로는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하우스푸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게다가 기성세대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집을 먼저 장만하라고 부추깁니다. 그러니 1966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_<그들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