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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인권문제
· ISBN : 9791197878312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2-05-31
책 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1장. 정체성의 보존과 뿌리를 알 권리
왜 출생등록을 말하는가? / 해외입양 아동이었던 A의 이야기 / 국내입양 아동이었던 B의 이야기 / 출생등록은 정체성의 첫 배경색
2장. 출생신고의 의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 / 출생등록은 인권의 출발점이다 / 학대, 유기 등 범죄 피해의 방지 / 우리에겐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 교육의 기회는 만인의 것 / 나는 몇 살입니까 /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정
3장. 출생신고와 가족을 구성할 권리
엄마한테 남편이 없다고 네게 아빠가 없어야 하는 건 아니지 / 법으로 정해지는 부모와 자식 관계 / 출생신고는 시민의 개별적인 기록이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4장. 진실된 출생기록과 부모를 알 권리
왜 굳이 부모를 알아야 하지? / 나는 사랑받으면서 버려진 아이일 거예요 / 부모를 알 권리와 연결되는 아동의 권리들 /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는 부모의 사생활 보호와 충돌하지 않는다 / 부모가 안 하는데, 굳이 출생신고를 해야 하나요? /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의 주체는 아동
5장. 베이비박스, 거짓된 출생기록
한국에서 출생신고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공간, 베이비박스 / 출생등록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사회가 연대하는 의식이다
6장. 출생등록은 시민을 위한 국가의 첫 번째 책무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 아동보호는 국가에, 출생신고는 개인에게? / 국가의 출생등록, 그 험난한 길 /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출발점 ‘출생등록’
이야기를 마치며
책속에서
제 언어는 아닌데, 입양인 중에 한 분이 그림을 그린 게 있었어요. 나무를 그렸는데, 나무 밑동에 뿌리가 있어야 되는데, 뿌리가 없어요, 나무가. 그렇게 표현해 줬더라고요. 저는 그게 입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뿌리가 없는 나무가 존재할 수 있어? 그럼 쟤는 어떻게 자라지? 영양분을 어딘가에서 흡수해야 할 텐데 뿌리가 없다는 얘기는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매개도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대개 그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 존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는 곳마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런 삶. 제가 만났던 입양인들도 그 강도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런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으면 그 인연을 맺은 자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많이 희생하려고 하고, 양보하려고 하고, 성격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게 보였어요._<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 중에서
아이 입장에서 입양은 트라우마예요. 제 경우에는 그때 옛날에 북한, 러시아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고 덴마크에 도착할 때까지 서른여섯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그렇게 긴 이동, 어린아이들한테 하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입양은 처음부터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없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맡겨서 서른여섯 시간, 그다음에 또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죠. 이렇게 입양을 트라우마로 생각하면, 그냥 모르는 사람한테 편하게 물어볼 수 없어요. 이건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로 생각하면 물어보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좀 더 조심스럽게. 이 뿌리찾기 개념은 너무너무 어려워서 상상할 수 없는 아픔도 생기니까요. 입양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에서 새로운 identity(신분)를 만들면서, 한순간에 identity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누군가가 마음대로 한 사람의 신분을 다 지우는 거예요. 어떤 권한도 없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identity를 붙이는 거죠. 영국의 법학교수인 Alice Diver가 “the right to avoid origin deprivation(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하면서, 모든 identity는 중요하다고 했어요. 입양된 아이들도 다른 사람처럼 태어날 때의 이름, 부모님, 역사 다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identity를 보호해주는 법 조항도, 기구도 거의 없대요._<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권리> 중에서
출생정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사회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나의 존재가 왜 이렇게 쉽게 취급된 거지, 왜 이렇게 소중하게 취급되지 않은 거지. 이 사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왜 이걸 이렇게밖에 못 한 것인지, 나의 정보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국가 내지는 사회로 향하는 화살이 된 거죠. 도대체 이 나라는, 이 사회는 어떻게 사람의 존재를 이렇게 허투루 다룰 수 있을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런 분노가 되게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열일곱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부조리한 것들, 강압적인 문화, 이런 것들을 좀 일찍부터 겪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뭐가 잘못돼도 많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노의 화살이 개인적인 몇몇한테 간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이게 결국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공동체 내지는 사회, 국가 시스템의 문제이지 나만의, 혹은 나의 부모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생각하면서 화살의 방향이 바뀐 거죠._<나의 존재가 왜 이렇게 소중하게 취급되지 않은 거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