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98117922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엮는 말 • 4
동대문 • 8
보석 반지 • 26
기아棄兒 • 54
담요 • 76
금붕어 • 86
누가 망하나 • 92
만두 • 112
토혈吐血 • 118
고국 • 132
팔 개월 • 144
저류低流 • 158
해돋이 • 178
책속에서
“몰라요. 저 선생님더러 물어보세요……. 호호.”
D 군의 부인은 웃었다.
“누구요?”
D 군은 나를 돌아보았다.
“글쎄 누군지 내 아오? 부인께 하문하시우 하하.”
나도 웃었다.
“이게 어찌 수작인지 굉장하구려 흐흐.”
D 군은 빙긋 웃더니 부인을 돌아보면서,
“무슨 일이요?”
하였다.
“호호 이 양반은 왜 이리 애를 쓰시우 호호……. 그런 게 아니라 저 선생님께 애인의 전화가 왔단 말이오. 호호호…….”
“흐흐 좋겠구려!”
D 군도 웃으면서 나를 돌아본다.
“글쎄 알고야 좋아도 좋지…….”
“하하하!”
세 사람은 나와 함께 웃었다. 나는 그것이 거짓말이거니 믿으면서도 공연히 좋았다. 그리 싫지 않았다.
- ‘동대문’ 중에서
“선생님 벌써 주무시우? 선생님 왜 웃으셔요?”
내 낯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렀든지? 사근사근하고 해롱거리기 좋아하는 창수는 그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나는 달콤한 꿈을 깨치는 것이 좀 섭섭하였다.
“응 잠 좀 들었어! 왜 지금도 안 자나?”
하고 선하품을 하면서 그를 보았다.
“히히 선생님 주무셨어요? 선생님 웃으시던데!”
창수도 그 찬송가 소리에 흔들렸는지 무슨 말을 퍽 하고 싶어한다.
“저게 누군가?”
“왜요 못 보셨어요? 히히.”
그는 의미 있는 듯이 웃는다. 나는 내 가슴속에 품은 무엇을 창수에게 들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았다.
“응 못 봤어.”
“이? 왜 아까 낮에 선생님이 목사하고 말씀하실 때 마당에서 무엇을 빨고 있는 것을?.”
“응 저게 근가?”
- ‘보석 반지’ 중에서
“더구나 그가 죽을 때 약 한 첩 죽 한 술 못 먹고 찬 구들 위에서 그가 죽을 때…….”
그는 목메인 소리를 가까스로 마치고 한숨을 쉬면서 기침을 하고 나서,
“‘여보! 여보!’ 부르는 나를 몇 번이나 쳐다보면서 그 힘없는 눈에 웃음을 띄우던 것이……. 내 맘을 괴롭게 하지 않노라고 웃음을 띄우던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찢겨서 이 가슴이 무여져서…….”
하면서 그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느껴 운다. 돌아앉아서 이야기 듣던 모든 사람들도 가만히 슬프게 앉아서 그 모양만 보았다. 처음은 흑흑 느껴 울던 그가 나중에는 소리를 쳐서 크게 운다. 숨이 지는 듯이 흑흑 하는 느낌 속에 구슬프게 흐르는 울음소리는 푸른 달 아래 구슬피 떠서 잠든 산천을 구슬피 울리는 듯하였다.
B 군은 그의 팔을 잡으면서,
“여보셔요! 참 우리가 몰랐습니다. 우지 마시오!”
- ‘누가 망하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