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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01208251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6-05-09
책 소개
목차
마음
-선생님과 나
-양친과 나
-선생님과 유서
꿈 열흘 밤
작품해설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분을 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여기서도 그냥 선생님이라고만 쓰고 본명은 밝히지 않겠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그분을 알게 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편이 나한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분을 떠올릴 때마다 곧바로 ‘선생님’ 하고 부르고 싶어진다. 펜을 들어도 마찬가지 기분이 된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니셜 따위를 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려놓으라고 시키는 겁니다. 훗날에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 존경을 거부하고 싶은 겁니다. 나는 지금 이상으로 외로울 훗날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뎌 내고 싶은 겁니다. 자유와 자립과 자아가 넘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모두 그 대가로 이 고독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아버지의 병세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불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다들 걱정하니까, 그냥 참고 꼼짝 않고 있는 거다. 이젠 뭐, 일어나도 되는데 말이다.”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부터는 어머니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결국 이불을 치워 버리게 했다. 어머니는 결이 성긴 비단 이불을 마지못해 개면서, “아버지께선 네가 돌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두려울 게 없어지신 거란다.” 하고 말했다. 내게는 아버지의 거동이 그렇게까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