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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25544601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11-09-0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여자아이는 유괴된 지 1년이나 됐는데 집에서 세 블록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어요. 그동안 1.6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단 말이에요. 가족들에게서 1.6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지하실에 파놓은 흙구덩이 속에 갇혀 있었어요. 매트리스 하나와 양동이 하나만 둔 곳에 갇혀 있었단 말이죠.”
“조니….”
“뉴스에서 그 사진들을 봤어요. 양동이 하나. 양초 하나. 더러운 매트리스 하나. 천장 높이가 1.2미터밖에 안 됐는데. 하지만 사람들이 그 아이를 찾아냈어요.”
“그 사건 하나만 그런 거야, 조니.”
“아니, 다 똑같아요.”
조니가 돌아섰는데 깊은 눈이 한층 더 깊어져 있었다.
“이웃, 친구, 그 아이를 아는 사람이거나, 그 아이가 매일 걸어서 지나치는 집에 사는 사람. 결국 찾아내면 항상 가까이 있었다는 게 밝혀지죠. 아이가 죽었더라도 항상 가까이 있었단 말이에요.”
“항상 그렇진 않다.”
“하지만 가끔은 그래요. 가끔은 맞단 말이에요.”
헌트도 일어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끔은 그렇지.”
“아저씨가 포기했다고 나까지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헌트는 조니를 마음속에 떠올리면서 아이가 어린 맘에도 엄마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 최선을 다해 혼자서 엄마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했다. 아이가 새벽 6시에 장을 보고, 단지 엄마에게서 켄을 떼어놓기 위해 그 집 유리창에 한 번도 아니고 다섯 번이나 돌을 던진 걸 생각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동네를 다니던 이 식구들을 자주 봤어. 네 사람이 항상 함께였어. 교회도 다니고, 공원에도 가고, 잔디밭에서 하는 콘서트도 갔지. 아름다운 가족이었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둘 다 아직 그가 하지 않은 말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비극이 싫어.”
테일러 경관은 건조하게 웃었다.
“왜 그렇게 웃지?” 헌트가 물었다.
“반장님은 경찰이에요. 경찰이 다루는 모든 것이 비극이에요.”
“아마도.”
“그래요, 알았어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녀의 목소리엔 불신이 가득했다.
“내가 뭘 기도했는지 알아요? 하느님이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매일 밤 뭘 기도했는지 아냐고요? 하느님은 아무 관심 없어요. 엄마가 그걸 알아요?”
조니의 목소리는 난폭하기 짝이 없었고, 고개를 흔드는 엄마의 두 눈은 슬프면서도 깜짝 놀란 눈이었다.
“세 가지뿐이었어요. 나머지 가족이 집에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고. 엄마가 약을 그만 먹게 해달라고 빌었고.”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조니는 여지를 주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 말은 빠르고도 냉혹하게 나왔다.
“켄이 죽길 기도했어요.”
“조니!”
“매일 밤 켄이 죽길 기도했어요. 가족이 집에 오고. 약을 끊고. 켄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길.”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
“어떤 부분요? 켄이 죽는 거? 천천히 고통스럽게?”
“하지 마.”
“난 켄이 우릴 두렵게 만든 것처럼 자신도 두려움 속에서 죽어가길 원해요. 무력하고 두려운 게 어떤 느낌인지 켄도 알길 원해요. 그리고 더 이상 우릴 건드릴 수 없는 곳으로 켄이 가버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