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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25575179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4-05-25
책 소개
목차
1장
2장
리뷰
책속에서
내가 아는 모든 아이들은 나를 지겹게 했다. 그렇지만 교실 사이에 있는 운동장을 거닐 때 앙드레는 나를 웃게 만들었다. 한번은 내가 평소 행동이 모범적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교실 밖으로 쫓겨났을 정도로 웃음이 터진 적도 있었다.
그해 여름 나는 산책을 아주 많이 했다. 수풀에 손가락을 베어 가며 밤나무 숲 속을 걸었고, 움푹 파인 길을 따라 거닐면서 인동덩굴과 참빗살나무 다발을 꺾거나 오디와 소귀나무 열매, 산수유 열매, 매자나무의 새콤한 열매를 맛보았다. 꽃이 핀 메밀의 넘실거리는 향을 들이마셨고, 히드의 친숙한 향기를 느끼기 위해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너른 초원의 은빛 포플러나무 아래 앉아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을 펼치곤 했다. 바람이 불면 포플러나무가 웅성거렸다. 바람이 나를 흥분시켰다. 지상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나무들이 서로에게, 신에게 말을 거는 게 느껴졌다. 그건 하늘로 오르기 전 내 가슴을 파고드는 음악이고 기도였다.
내게 기쁨을 주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말로 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앙드레에게 짤막한 엽서들만 보냈고, 앙드레도 내게 편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앙드레는 랑드 지방의 외할머니 댁에 머물며 말을 타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10월 중순에나 파리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나는 앙드레를 자주 생각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에는 파리에서의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포플러나무에게 작별을 고할 때는 눈물이 조금 났다. 나는 나이를 먹었고, 감상적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기차를 타자 내가 새 학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가 떠올랐다. 아빠는 청회색 유니폼을 입은 채 기차역 플랫폼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에게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는 다른 해보다 훨씬 더 새것처럼 보였다. 크기가 더 컸고 모양도 더 근사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고 좋은 냄새가 났다. 뤽상부르 공원의 풀과 낙엽을 태운 향은 감동적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꼭 껴안아 주었고 방학 숙제를 잘해 왔다고 칭찬을 퍼부어 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불행한 기분을 느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