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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834504
· 쪽수 : 40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반딧불이가 날고 있다.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가 너울너울 춤춘다. 어쩐지 보통 반딧불이보다 붉은 반딧불이다.
반딧불이는 조금 더 푸르스름한 색깔 아니었나?
하지만 분명히 붉은 빛이 수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이 소리는 뭘까.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소리다. 반딧불이 우는 소리는 아니겠지. 왠지 무척 그리운 소리다. 졸음을 부르는 것 같으면서도 심란하게 만드는 소리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지?
누카가 요시히토는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내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맞아, 비 때문에 전차가 멈췄어. 그리고 누군가가 오토바이로 데리러 왔고.
스위치를 누른 듯 머리가 번쩍 뜨인다.
그와 동시에 윙윙대는 바람과 유선형으로 이루어진 풍경 속에서 자신이 무서운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의 홍수.
조금 전까지 흠뻑 젖어 있었는데 어느 샌가 온몸은 버석버석했다. 수분이 바람에 날아갔나 보다.
아니, 뭔가 이상하다. 이 위화감은 뭐지? 이 소리는 뭐지? 조금 전 꿈에서 본 반딧불이는?
요시히토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반딧불이가 보였다. 수많은 붉은 반딧불이. 허허.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 잠깐만. 저건 반딧불이가 아니다. 빛이다. 조명이라 하기엔 모양이 이상한데?
다음 순간, 요시히토는 또다시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얼어붙는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화석이 되어 버린 심정이었다.
곧이어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백미러에 비친 수많은 경찰차였다. 조금 전부터 그가 무의식중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소리는 무서운 기세로 뒤쫓아 오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였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오토바이를 뒤쫓고 있는 것 같았다. 풍경조차 보이지 않는,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고 있으니 당연한 건가. 게다가 아까부터 한 번도 정차한 기억이 없다. 그렇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