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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18386
· 쪽수 : 399쪽
책 소개
목차
희생화 / 빈처 / 술 권하는 사회 / 유린 / 피아노 / 할머니의 죽음 / 우편국에서 / 까막잡기 / 그리운 흘긴 눈 / 운수 좋은 날 / 발 / 불 / B사감과 러브레터 / 사립정신병원장 / 고향 / 동정 / 정조와 약가/ 신문지와 철창 / 서투른 도적 / 연애의 청산 / 타락자
리뷰
책속에서
그와 나는 서로 대일 듯 말 듯이 앉게 되었다. 이것은 우연인 듯 싶어도 우연이 아니다. 이 많은 사람 가운데 하필 나의 곁을 취하랴. 여기 무슨 깊은 의미가 있어야 되리라. 암만해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가 보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등 뒤에 서 있을 리도 없을 것이다. 그도 나 모양으로 나를 알고 친하기를 마음 그윽이 갈망하고 있었으리라. 이런 생각을 한 나는 말할 수 없는 환희를 느끼었다. 자석에 끌리는 쇠끝 모양으로 우리 둘 사이는 점점 다가들어갔었다. 그의 팔과 가장 스치기 쉬웁도록 나의 팔은 슬며시 내려놓이었다. 나의 손은 그 보드라운 살에 대이기 전에 먼저 그 보들보들한 옷자락에 더할 수 없는 쾌미(快味)를 맛보았다.
나는 술잔을 비우고 또 비웠다. 아니 비우고 견딜 것인가. 그 힘을 빌려야만 나에게로 날아오는 행복을 꼭 잡을 수 있ㄷ. 아니라, 그의 보얀 손이 재불동하며 방울방울 잇따라 떨어진 이 술이야말로 행복 그것이 아니랴! 적어도 행복의 구름을 걸러 내린 감로수(甘露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말만 하면 속에 잡아넣은 행복이 날아갈까 두려워하는 것같이 그는 묵묵히 부어주고 나는 묵묵히 마시었다. 나의 마음은 실실이 풀어졌다. 그러면서 한껏 긴장하고 있었다. - '타락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