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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9381
· 쪽수 : 290쪽
책 소개
목차
기획의 말
김원일_도요새에 관한 명상
포스트잇_생각의 타래
최성각_약사여래는 오지 않는다
포스트잇_생각의 타래
듀나_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포스트잇_생각의 타래
편혜영_아오이가든
포스트잇_생각의 타래
정세랑_리셋
포스트잇_생각의 타래
천선란_레시
포스트잇_생각의 타래
지은이 약력
작품 출처
책속에서
“뻔뻔스러운 자식. 언제부터 그 짓 시작했어? 왜 새를 죽여, 죽인 새로 뭘 해?” 병국이 언성을 높였다.
“별 말코 같은 소릴 다 듣는군. 날아다니는 새도 임자 있나? 지구의 새를 형이 몽땅 사들였어?” 〔……〕
“누가 네게 그 일을 시켜? 그 사람을 대.” 병국이 잔을 밀치며 소리쳤다.
“형이 고발할 테야? 날아다니는 새 잡아 박제한다구? 그건 죄가 되구, 허가 낸 사냥총으로 새 잡는 치들은 죄가 안 된다 말이지?” 병식이 코웃음 쳤다.
“희귀조가 멸종되고 있다는 건 너도 알지? 인간이 새를 창조할 순 없어.”
“개떡 같은 이론은 집어치워. 지구상에는 30억 넘는 새가 살아. 그중 내가 몇 마리를 죽였다 치자, 형은 그게 그렇게 안타까워?”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그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모든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석유화학제품을 혐오했다. 그가 혐오하는 것은 플라스틱이나 짜장면에 씌워진 랩이나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도 담아주는 비닐봉지, 분해되지 않는 합성세제뿐만이 아니다. 일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그리고 수돗물에 함유된 중금속류와 강력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디젤엔진, 가공할 만한 산성비, 무엇보다 이 땅에 얼마나 비치되어 있는지 비밀에 부쳐져 있는 핵무기 및 핵 기지 들을 혐오하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이 땅을 ‘세계 최대의 공해 실험장’이라고 단정하는 것에 침통하게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성각, 「약사여래는 오지 않는다」)
“우린 고래와의 공생 관계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 했지요. 고래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고래는 우리가 필요 없었어요. 그냥 견딜 만한 작은 기생충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그 견딜 만한 기생충이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기 시작했다면 고래들도 여기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영리해요. 해류를 읽고 폭풍을 예측하고 정보를 교환해요. 사라진 고래를 이루는 개체들이 다른 고래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인간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했다면?”
잠시 우리는 멸종에 대해, 3천 년 동안 이어져온 우리 역사의 끝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좀더 긍정적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영리하다면 인간이 단순한 기생충이 아니라는 걸, 대화가 통하는 지적인 존재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처치하고 잊어버리는 대신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똑똑한 동료가 있는 건 좋은 일이기에. (듀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