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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3142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4-09-09
책 소개
목차
권희진, 「걷기의 활용」
인터뷰 권희진×이소
이미상, 「옮겨붙은 소망」
인터뷰 이미상×홍성희
정기현,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인터뷰 정기현×이희우
리뷰
책속에서
돌이켜 보면 형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나는 집을 나서기 전에 우산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비가 오면 맞겠다는 심산으로 그냥 나갔었다. 그래서 비가 왔었나. 치킨과 술과 형을 남겨두고 가게에서 나와 [……] 나는 뭔가를 맞았던 것 같은데 그게 비였는지 눈이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올 정도로 따뜻하지는 않았고 눈이 올 정도로 춥지는 않아서 물과 결정, 그 중간의 어떤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걷기의 활용」
그때 이미 나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대못과 모자 핀이 우리에게 무시무시한 미래를 알리고 있었다. 세이사쿠의 아내가 증오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남편의 눈알을 터뜨렸듯 n&n’s도 남편과 사이가 나쁘기는커녕 긴밀해서, 부부로 사는 내내 다른 사람은 모르는 둘만의 은밀하고 달콤한 게임에 도취되어 있어서 본의 아니게 남편을 죽게 하리라는 끔찍한 예언이었다.
―「옮겨붙은 소망」
김병철은 죽고 없구나. 기은은 김병철의 결말을 듣자마자 준영에게 김병철이 죽었대요, 하고 알려주는 장면을 떠올렸다. 준영은 김병철이 아직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있고 기은은 이미 김병철이 죽고 없는 세계에 와 있다. 말하자면 기은은 준영보다 자세한 미래에 와 있는 셈이었다. 기은은 준영에게 김병철이 죽었대요, 말해줌으로써 가뿐히 준영의 손을 잡고 함께 미래로 올 수 있었다.
―「슬픈 마음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