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외국 무협소설
· ISBN : 9788934920724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7. 누가 얼음 배 띄워 신선의 고향으로 보내주랴
8. 불모의 땅 10년 세월, 뗏목을 타고 돌아오네
9. 무당칠협, 상봉의 기쁨 절반에도 차지 않았는데
10. 100세 잔칫날에 억장이 무너지네
책속에서
장취산과 은소소는 ‘보기 좋은 한 쌍’이란 말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은소소는 고운 이마에 주름살이 잡히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신도 지면 자결하실 건가요?”
이 물음에 사손이 벙긋 웃으면서 대꾸했다.
“내가 진다고? 그럴 리가 있나!”
“이기고 지는 것은 겨뤄봐야 아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이 장 오협께선 명문의 자제이시니 어느 무공 한 가지가 당신보다 더 뛰어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벙어리 웃음을 짓던 사손이 기가 막히는지 소리 내어 웃음보를 터뜨렸다.
“하하하! 장 오협이 그만한 나이에 무슨 공력을 얼마나 쌓았을라고? 초식이 제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공력은 나만큼 깊지 못할 걸세!”
_〈6. 뗏목에 오르니 북명의 망망대해 정처 없이 떠가는데〉 중에서
“당신! 아기를 가졌소?”
“어머, 작은 소리로 말하세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요?”
은소소가 기겁을 하더니, 자신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푸웃!” 하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하기야 이 황막한 숲속에 그들 부부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날씨는 차츰 바뀌어 이 무렵 한낮은 점점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더니, 나중에는 날마다 두 시진만 대낮이고 기후 역시 혹한으로 바뀌었다. 은소소는 임신한 이후부터 몸이 점점 무거워져 쉽사리 피로를 느꼈으나, 기운을 내서 음식을 마련하고 바느질을 하는 등 억지로나마 살림을 도맡아 해나갔다.
그녀가 만삭이 다 된 어느 날이었다. 부부는 동굴 안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서로 기대앉아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말해봐요. 당신은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
“그야 당신을 닮은 딸이 나와도 좋고, 나를 닮은 사내아이도 좋지! 난 아들이나 딸이나 둘 다 좋소.”
“난 사내아이가 좋겠어요. 당신이 아기 이름부터 지어주세요.”
_〈7. 누가 얼음 배 띄워 신선의 고향으로 보내주랴〉 중에서
“어서 사숙조(師叔祖) 할아버님께 큰절을 해라.”
무기는 그 자리에 엎드려 이마를 조아렸다. 그런 뒤 조그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사숙조가 된다는 어른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갑작스레 배 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니 말도 못 하게 호기심이 생겨났다. 은소소가 무기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아저씨, 제 아들이에요. 장무기라고 부르죠.”
흠칫 놀란 이천원이 무기를 지그시 훑어보다가 이내 너털웃음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얼버무렸다.
“아주 잘됐군, 잘됐어! 자네 아버지가 좋아서 미치겠군! 따님만 살아서 돌아온 게 아니라 이처럼 잘생긴 외손자까지 데리고 왔으니 말이야.”
은소소는 양쪽 배 갑판에 시체 몇 구가 누워 있고 사방에 핏자국이 흩뿌려진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상대방은 누굽니까? 왜 싸우는 거죠?”
“무당파와 곤륜파 사람들일세.”
_〈8. 불모의 땅 10년 세월, 뗏목을 타고 돌아오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