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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외국 무협소설
· ISBN : 9788934920779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3-10-30
책 소개
목차
32. 억울한 누명 하소연할 길 없으니 미칠 것만 같네
33. 긴 퉁소 짧은 거문고 가락에 담황색 옷자락 나부끼는데
34. 혼례식 날 저 신부는 섬섬옥수로 면사포를 찢어 던졌다네
35. 누가 금빛 갈기털 사자를 도륙하려다 살신지화를 입으랴
책속에서
장무기는 손을 내밀어 부축하면서 위안의 말을 건넸다. 무심코 제 곁에 누워 있는 아리의 끔찍한 얼굴 모습을 바라본 주지약이 깜짝 놀라 엉겁결에 두 손으로 자기 얼굴부터 더듬었다.
“나도…… 나도 저 꼴이 되었나요?”
“아니오. 얼굴은 괜찮소. 다른 데를 조금 다쳤을 뿐이오.”
“페르시아 못된 뱃놈들 소행이군요. 그런데 내가…… 내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을까?”
울적한 기색으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고, 장무기는 그저 한숨이나 내리쉬며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조 낭자가 저지른 짓인지도 모르겠소. 엊저녁 음식에 그녀가 독을 탔는지도 모르오.”
주지약은 넋 잃은 표정으로 반 조각만 남은 귓불을 더듬더니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_〈31. 의천검 도룡도를 잃고 사랑하는 이마저 죽었는데〉 중에서
장무기는 맥박을 짚어보았다. 상처가 가벼운 것은 아니라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조민의 몸뚱이를 품어 안은 채로 네 손바닥을 마주대고 공력을 일으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조민이 등줄기에 얻어맞은 그 일장은 무당파 본문 무공이라, 그 맥상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던 장무기로서는 상처 치료에 그리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불과 반 시진 만에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장무기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그녀의 몸속에 구양진기를 줄기차게 주입시켰다. 또다시 반 시진 남짓이 지나고 하늘빛이 차츰 밝아올 무렵, 그녀는 마침내 입을 딱 벌리고 시커먼 핏덩이를 한 모금 크게 토해내더니 두 눈을 떴다.
“그분들, 모두 가셨나요? 당신을 보지 못했죠?”
힘없는 목소리로 제일 먼저 속삭여 묻는 말에, 장무기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안위보다 장무기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_〈32. 억울한 누명 하소연할 길 없으니 미칠 것만 같네〉 중에서
흘끗 뒤돌아보았더니 앞서 칼을 빼앗긴 진우량이 어느새 주지약의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 들고 그녀의 어깻죽지를 잔뜩 움켜잡은 채 등 쪽 심장부에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장무기는 코웃음 쳤다.
“흥! 100년 전만 해도 강호에 명교, 개방, 소림의 명성이 어떠했는지 알기나 하는가? 교파 중의 으뜸은 명교, 방회 가운데 지존은 개방, 문파 중의 태두는 소림이라 했네. 그런데 후세에 와서 자네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아하니 저 옛날 개방 방주 홍칠공 노협 어른의 위엄과 명성에 똥칠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시는군!”
전공장로가 듣다 못해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개방 원로로서 그의 수치심이 발동한 것이다.
“진 장로, 주 낭자를 놓아주시오! 우리 개방의 이 많은 제자가 외부 사람 앞에서 꼭 이런 추태를 보여야겠소?”
전공장로에게 질책을 받고서도 진우량은 막무가내로 듣지 않았다.
_〈33. 긴 퉁소 짧은 거문고 가락에 담황색 옷자락 나부끼는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