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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외국 무협소설
· ISBN : 9788934920748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17. 박쥐 날개 신출귀몰, 모래 바다에 웃음소리 흩날리니
18. 의천장검 차가운 서릿발이 허공을 가르누나
19. 집안싸움 일으키면 금성철벽도 무너지는데
20. 묘혈에 빠져도 서로 돕고 일깨워 난관을 돌파하네
책속에서
“그…… 〈구양진경〉이란 것 말일세, 나한테 좀 보여줄 수는 없겠나?”
장무기도 생각해보니 한 번 보여줘서 안 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한두 시간에 그 많은 내용을 무슨 수로 다 기억하랴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처 응낙했다.
“동굴 안에 파묻어두었으니 내일 꺼내다 보여드리죠.”
“자네가 이렇게 많이 자랐는데 어떻게 저 구멍 속으로 드나들 수 있겠나?”
“동굴이라곤 해도 그리 좁은 건 아닙니다. 몸뚱이를 움츠려가지고 힘껏 밀어 넣으면 이렇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나도 밀고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미심쩍어 다시 묻는 말에 장무기는 고개를 끄덕끄덕해 보였다.
“어디 내일 한번 시험해보죠. 동굴 저쪽은 아주 넓습니다. 이렇게 작디작은 바위 더미에 죽치고 앉아서 지내야 하다니 정말 견디기 어려운 노릇이지요.”
_〈16. 극한 상황에 몰려 ‘구양진경’ 다시 보게 되네〉 중에서
시신을 뒤지던 남제자들의 손길이 멈칫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기를 꺼내 시신을 뒤채놓고 주머니를 건드렸더니 그 속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주머니 속엔 각각 맹독을 품은 실뱀 두 마리가 감춰져 있었다. 멋모르고 손을 집어넣었다가는 꼼짝없이 독사에게 물려 황천길로 갈 뻔했던 것이다. 남제자들은 안색이 허옇게 질린 채 저마다 이 지독한 마교도의 행위에 욕설을 퍼부었다.
제자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던 멸절사태가 냉랭하게 비평을 했다.
“우리가 중원 땅을 떠나 이 서역에 들어선 이래 오늘 처음으로 마교도와 첫 싸움을 벌인 셈인데, 모두 너무 수선을 피우는구나! 저렇듯 한낱 이름 없는 졸개들조차 죽으면서까지 남을 해칠 만큼 악랄한 수단을 부리니 마교의 수뇌들이야 얼마나 지독스럽겠느냐?”
그러고는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셋째 제자를 향해 한마디 던졌다.
“정허야, 나이깨나 먹은 것이 어째 하는 일이 그렇게 덤벙대기만 하느냐? 어린 지약만큼도 세심하지 못하니 말이다.”
_〈17. 박쥐 날개 신출귀몰, 모래 바다에 웃음소리 흩날리니〉 중에서
아미파 여제자들이 자기네들끼리 소곤소곤 귓속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강호의 별명이 옥면맹상이라더니, 과연 소문이 헛된 게 아니었다. 처녀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부러움과 흠모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미가 곁에서 불쑥 장무기를 돌아보고 짓궂게 속삭였다.
“송아지 오라버니, 저 사람이 오라버니보다 더 멋지게 생겼는데?”
“그야 당연하지. 더 말할 나위가 있나!”
“샘나지 않아요?”
“웃기는 소리! 내가 무엇 때문에 샘을 내겠소?”
“아무래도 저 사람 눈치가 주 소저에게 마음이 쏠린 모양인데, 그래도 샘이 나지 않는단 말이에요?”
장무기는 흘끗 송청서를 바라보았다. 과연 거미의 지적대로 그는 주지약에게 관심이 있는지 그녀에게 눈길을 던진 채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_〈18. 의천장검 차가운 서릿발이 허공을 가르누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