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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4976462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과거
현재
둘째 날
셋째 날
이틀 뒤
리뷰
책속에서
숨 쉬지 마. 절대 안 돼…….
여자는 온 힘을 다해 버둥대며 뱀장어처럼 몸을 꼬았다. 그러다가 머리를 물 바깥으로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재빨리 입을 열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엄청난 힘이 다시 내리누르자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숨을 쉬었다.
물이 들어왔다. 목으로 들어온 물 때문에 숨이 막혔다. 의지와는 달리 또 한 번 숨을 쉬었다. 폐가 경련을 일으켰다.
잔인한 손이 더 세차게 여자를 눌렀다. 코가 부러졌다. 여자는 끔찍한 통증에 눈을 번쩍 떴다. 피가 물에 섞여 붉은 안개처럼 보였다. 플라스틱 마개에 끼여 있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붉은 안개에 가려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보는 게 우리 머리카락이구나. 우리 삶처럼 서로 엮여있는 우리 둘의 머리카락. 그녀가 생각했다.
여자 다리도 자기 다리 사이에 끼워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온 힘을 다해 여자를 안고는 최대한 세차게 눌렀다. 그의 손가락이 여자의 살을 파고들었다. 합성고무 잠수복을 입었지만 여자의 심장 박동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남녀 무용수가 두 개의 몸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이듯이 남자도 녹아서 여자와 하나가 되었다. 그의 심장도 여자의 박동에 맞추어 같은 박자로 뛰었다.
여자 얼굴은 그의 얼굴과 겨우 1센티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여자는 크게 치켜뜬 기괴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자기가 당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은 그저 불안과 공포로 가득했고, 눈앞에 닥친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둘은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춤이 시작되었다.
닐센은 슈티플러의 권총을 살펴본 뒤에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둘은 힘을 합쳐 슈티플러를 일으켰다. 끔찍한 악취가 얼굴로 몰려오는 바람에 마누엘라는 구역질이 났다.
“일어나!”
닐센이 슈티플러에게 고함을 질렀다.
“힘을 좀 주라고!”
“이 미친년, 요기서 뭐 해는 고야?”
슈티플러가 혀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마누엘라는 이 쌍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어쨌든 일단은 무시하자. 언젠가 확실하게 따져야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에릭, 입 좀 닥치게. 안 그러면 그냥 여기 두고 갈 테니. 정말이야.”
닐센이 숨을 헐떡이며 경고했다.
둘은 슈티플러를 부축하며 호수에서 길 쪽으로 몇 미터쯤 움직였다. 그러다가 그가 불현듯 걸음을 멈추더니 뿌리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놈이 아직 저 안에 있다면…… 물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