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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88935669387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15-03-01
책 소개
목차
제주의 육고기 메밀꽃 필 무렵 나는 제주도로 간다
쇠고기 특수 부위 소를 먹는 아홉 가지 방법
육회 고기에 대한 자신감의 결정체
소불고기 평양에서 광양까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다
쇠갈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설렁탕 설렁탕은 서울 음식이다
곰탕 온기를 품은 곰탕 한 그릇
순대 고기를 담은 작은 자루의 진화
족발 출출한 속을 채우는 야식의 제왕
부대찌개 부대를 벗어난 부대찌개
돼지국밥 경상도 사람들은 돼지국밥을 먹는다
감자탕 감자탕에 소주 한잔, 그때 그 시절
치킨과 통닭 별에서 온 치맥
삼계탕 여름의 절정에서 닭과 인삼을 만나다
마포의 고기맛 서민적인 고기 문화의 진원지 마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기 굽는 화롯가에 이야기꽃이 핀다
“밥상에 음식이 널려 있지만
구운 고기보다 더 좋은 건 없어라.”
- 이응희 <옥담시집>(玉潭詩集)
고기는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럿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술도 한잔 곁들이는 어울림 문화의 대표 음식이다. <음식강산 3> 육고기편에는 고기로 만드는 다양한 음식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기’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구운 고기일 것이다. 갈비 외식이 가장 번성했던 곳은 평양이었다. 1930년대 평양에는 50여 개가 넘는 고깃집이 있었는데 주로 쇠갈비와 불고기를 팔았다. 커다란 갈빗대 덕에 갈비를 먹으러 갈 때 “하모니카 불러 가세”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한반도의 공업기지 평양은 일본이 만주와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였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들의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조선의 소들이 잡혀나갔다. 일본으로 수출하고 남은 소의 부산물이 식민지 조선에 넘쳐났고, 내장ㆍ사골과 함께 뼈에 살이 붙은 갈비는 최고의 식재료였다. 지금은 회식과 외식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지만 한때 평양갈비는 근현대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고기에 대한 자신감의 결정체는 육회가 아닐까. 내장은 육고기의 종착역이다. 한국인은 내장도 날로 먹는다. 내장 요리가 발달한 유럽인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재료와 요리를 즐기는 중국인도 내장을 날것으로 먹지는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들의 육회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거부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중국인도 오래전에는 육회를 즐겨 먹었다. <한비자>(韓非子)에는 “날고기는 피가 마를 사이 없이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중국에서의 육회는 식중독 등의 문제로 송대(宋代) 이후 급속도로 사라진다. 지금도 육회의 가장 큰 문제는 위생이다. 하지만 양념이나 육회를 찍어 먹는 장(醬)이 모두 미생물의 억제에 관계되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참기름을 섞은 마늘 양념장이 그것이다. 민간에서는 참기름이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준다고 인식했으나 오히려 마늘이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오늘날 생고기 음식에 마늘이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생활의 지혜인 것이다.
고기는 옛날부터 귀한 식재료였다. 고기에 나눔의 문화가 결합된 것이 바로 ‘탕’(湯)이다. 사골 국물을 기반으로 한 설렁탕이나 곰탕은 어려운 시절, 영양이 가득한 고기를 나누어 먹기 위해 적은 양의 고기로 국물을 우려내 밥을 말아먹으며 시작된 음식이다. 설렁탕은 서울, 곰탕은 전라도, 돼지국밥은 경상도의 대표 음식이다.
돼지국밥의 기원에 관해서는 수많은 설이 난무하는데 부산에서는 ‘실향민 영향설’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과 경남지역에 인구가 폭증하여 음식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고기국물 문화가 넓게 퍼졌고, 돼지고기 문화에 정통했던 북한 실향민들이 대거 유입되어 돼지국밥 확산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돼지국밥은 돼지 누린내가 심해서 술과 함께 먹어야 하는 남자들의 음식이었다. 그래서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온 여자가 마음에 안 들면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돼지국밥집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돼지고기의 처리와 보관, 육수 삶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맛 따라 멋 따라 떠나는 음식여행
이제 음식은 더 이상 생존만을 위해 먹지 않는다. 요리를 하는 일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벗어나 미각의 즐거움과 힐링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발걸음 가벼운 여행길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음식강산>은 정해진 메뉴를 여러 지역에 걸쳐 설명한다. 치킨을 알기 위해 서울ㆍ수원ㆍ밀양ㆍ대구ㆍ부산 등 여러 지역을 두루 거친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한 지역을 여행하면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저자는 취재를 하면서 하루에 돼지국밥을 일곱 그릇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협찬을 받고 식당을 소개하거나 음식에 대한 호평을 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저자의 음식에 대한 신념과 뚝심으로 써내려간 진솔한 글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음식강산>은 초록이 짙어가는 이 계절에 독자들의 맛기행에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