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36477752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9-08-05
책 소개
목차
여름
마을
하늘
어금니
여름
빗속에서
시퍼런 테러리스트
기다릴 것도 없는 8월이라며
잃어버린 계절
가을
여행
창공의 중심에서
조어(鳥語)의 가을
전설이문(傳說異聞)
희미한 전언
두개의 옥수수
녹스는 풍경
여름 그후
겨울
이토록 멀어져버리고
나뭇잎 한장
뛰다
겨울의 보금자리
구멍
수국의 싹
사람은 흩어지고, 쌓인다
그림자는 자라고
봄
이 무명(無明)의 시각을
귀향
바람에 날려 저 멀리
목련
이어지다
언젠가 누군가 또
4월이여, 먼 날이여
봄에 오지 않게 된 것들
시인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소리 없이
소리 내야 할 목소리
밑바닥에서 배어나오는 계절.
생각할수록 눈앞이 아찔하여
조용히 눈 감아야 하는
마음의 밑바닥 계절.
누구인지 입에 올리지 않고
남몰래 가슴에 품는
추모의 계절.
(…)
여름은 계절의 시작이다.
어떤 색도 바래지고 마는
터질 듯이 하얀 헐레이션의 계절.
―「여름」 부분
고향도 연고도 잃은 새가
쓰레기밖에 주울 게 없는 일본에서
나의 말을 모이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점점 까악까악 외칠 수밖에 없는
새가 되어가고 있다.
곧 입술이 붉게 물들 것이다.
묵묵히 있을 뿐인 새를 올려다보니
검은 그림자가 그날 그대로
무심하게 나를 보고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는 언제나
빛 속에서 검어진다
―「조어(鳥語)의 가을」 부분
진흙처럼 녹아 있고 싶은 잠이다.
떨어져 가라앉아 밑바닥에서 얼어붙어
그대로 굳어버리고 싶은 밤이기도 하다.
정처 없는 거처의 등받이가 멋대로 삐걱거리고
교신 없는 화면이 여전히 빛을 발하며 명멸한다.
(…)
자멸이다.
어떻게 되든 덤벼드는 것이다.
하이에나가 희미하게 눈을 뜬다.
철책 우리 안에 웅크린 자신이 보인다.
빠져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 없는 남자에게
이미 추방의 시간이 닥쳐오고 있다.
―「겨울의 보금자리」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