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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76828699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4-07-18
책 소개
목차
1. 프로메테우스 9
2. 만리장성을 쌓을 때 11
3. 도시의 문장 30
4. 거절 33
5. 양동이를 탄 사내 42
6. 단식 광대 46
7. 포세이돈 61
8. 공동체 63
9. 사냥꾼 그라쿠스 65
10. 시골 의사 73
11. 법 앞에서 83
12. 「법 앞에서」에 관한 대화 86
13. 법에 대한 의문 96
14. 변호사 100
15. 변신 104
16.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180
17.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생쥐 종족 195
18. 어느 개의 연구 224
19. 튀기 282
20. 술 취한 자와의 대화 286
21. 나이 든 독신주의자, 블룸펠트 292
22. 가장의 근심 327
23. 인디언이 되고 싶은 마음 330
24. 세이렌의 침묵 331
도슨트 이진경과 함께 읽는 『변신·어느 개의 연구』
세계의 바깥 혹은 알 수 없는 것들의 매혹 7
끝없는 길, 끝없는 소설 • 7
시선 바깥의 고독과 흡혈귀 카프카 • 14
감각의 외부, 세계의 외부 • 21
법 앞에서, 아니 법 안으로 • 29
변신의 기술들 • 40
생각 바깥에 있는 것, 혹은 세계 바깥의 사물 • 53
외부의 매혹, 침묵의 매혹 • 60
책속에서
이 거대한 장성으로 누구를 막으려 했을까? 북방 민족들이다. 나는 중국 남동부 출신이다. 거기선 어떤 북방 민족도 우리를 위협할 수 없다. 우리는 옛날 책들에서 그들에 관해 읽게 되는데, 그들이 본성대로 자행하는 잔혹한 짓들은 평화로운 정자에 있는 우리를 탄식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사실적으로 그런 그림들에서 우리는 저주받은 얼굴들, 쭉 찢어진 아가리들, 이들이 날카롭게 솟아 있는 턱, 아가리로 짓찧고 으스러뜨릴 약탈물을 노려보는 듯한 일그러진 눈을 본다. 아이들이 심통을 부릴 때 이 그림들을 들어 보이면 아이들은 금방 울음을 터뜨리며 날듯이 우리 목에 매달린다. 하지만 이것 말고 우리가 북방 민족에 관하여 아는 것은 없다. 그들을 본 적도 없고 우리는 마을에 머물러 있으니, 설령 그들이 거친 말들을 타고 우리를 향해 곧장 쫓아와서 덤벼들려고 해도 이 나라는 너무도 광대해 그들이 우리에게까지 오게끔 해 주지 않는다. 그들은 허공 속을 달리다 말 것이다. (만리장성을 쌓을 때)
“여보!” 하고 석탄 장수가 말한다. “있어, 누군가가. 내가 이렇게 심하게 착각하지는 않아. 오랜, 아주 오랜 단골이 틀림없어. 이렇게 내 가슴에다 말을 할 줄 아는 걸 보니 말이야.”
“무슨 일이야, 여보?” 하고 아내는 잠깐 쉬며 뜨개질감을 가슴에 끌어안는다. “아무도 없어. 골목은 텅 비었고, 우리 손님들은 다 받아 갔잖아. 우리도 며칠 동안 가게를 닫고 푹 쉴 수 있다고.”
“아니, 내가 여기 양동이를 타고 있다고요” 하고 소리치는데 추위 때문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 두 눈을 흐린다. “제발 이 위를 좀 보세요. 금방 나를 발견할 거예요. 딱 한 삽만 가득 좀 부탁해요. 두 삽을 주면이야 정말 기쁘겠지요. 다른 단골들한테는 전부 벌써 주었다면서요. 아, 양동이에서 석탄 딸그락 소리가 들리면 좋겠네!” (양동이를 탄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