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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72091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 다시 만난 빛들
오래된 집의 그림자 | 골목에서 마주친 새 | 물에 띄운 사진 | 나무가 끊긴 자리
2. 거울이 된 방들
집 안에 날아든 새 | 벽에서 나온 얼굴 | 내가 보고 싶은 날 | 지난 빨래의 끝에서
3. 남아 있는 그림자들
빗방울의 여행 | 거미와 잎사귀 | 장독대에 비친 둥근 | 내 머릿속의 시계
4. 빛이 머무는 집
우연한 손자국 | 튀어나온 주먹 | 자전거를 처음 본 날 | 담쟁이가 해낸 일
5. 돌아온 아이
해 질 녘, 운동장에 들어선 | 금이 간 오월 | 저녁의 맨발 | 마지막 방과 푸른 계단
6. 그림자가 부른 세상
둥근 하늘 아래 풀 하나 | 어떤 갠 날 | 억새를 만나다 | 하늘이 덮다
7. 부서진 집을 떠나는 그림자
눈짓으로 하는 인사 | 다락에 걸린 얼굴 | 그림자에 닿다 | 행진의 시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벽을 쳐다본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은 수백 년 동안 방 안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벽 자체에도 여성의 창조력이 스며들어 있습니다.”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어머니도 자기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해 그렇게 성을 내고 마는 것일까? 새벽에 깻잎에 간장을 바르던 어머니가 기대어 있던 벽, 자다 깨어 우는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쳐다보던 벽, 내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다가 마주 보게 되는 벽, 새벽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는 벽. 그 벽 안에는 무슨 말이 켜켜이 있을까? 벽이 모두 거울이라면 여자들은 자기 얼굴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을까?
엄마가 들은 말, 엄마가 들어서 나에게 전해 주는 말. 집에 있으면 집에 갇혀 있었던 여자들을 향한 이런저런 소리가 떠오른다. 미신, 통념, 학대, 편견. 그런 악의로 찬 속담이나 저주들이 떠다니며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그 말들에 맞서 한 걸음씩 내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집 안에 있어도 나는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말과 싸운다.
나는 이 집에서 살면서 말 잘 듣고 착한 딸이 되고자 했을 뿐, 묵묵히 공부만 했을 뿐 “아파요. 괜찮지 않아요.”라고 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나의 집을 지키고자 할 뿐 집들을 맘속으로라도 우그러뜨려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휘청이고 무너지는 집의 그림자를 이고 양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를 질러대는 나의 그림자를 마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