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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72862
· 쪽수 : 452쪽
· 출판일 : 2022-11-07
책 소개
목차
1 · 11
2 · 157
3 · 295
감사의 말 · 447
책속에서
리처드는 검표기에 교통 카드를 넣는다. 여기서 기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의 이름을 입력한다.
그는 기차에 오른다.
기차 안에서 한나절을 보낸다.
기차가 종착역에 닿기 한 시간쯤 전, 그는 차창 밖으로 어떤 하늘 아래 어떤 산을 보게 될 테고 대신 그곳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차표에 인쇄되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그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특히 요즘 시류에 대해 잘 모를 때마다 그는 상상 속의 딸에게 묻는다. 예를 들면, #metoo 같은 것.
자신도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그의 상상 속 딸이 그에게 말해 줬다. 아빠도요.
그리고 그녀는 웃었다.
해시태그가 뭐니? 그는 그녀에게 물었었다.
약 이십 년간 딸은 그의 머릿속에서 열한 살쯤이었다. 딸에게, 어쨌든 지금까지, 성인의 삶을 허락하지 않은 게 가부장적 처사임을, 옳지 못한 일임을 그도 잘 안다.(생각건대 그렇게 느끼거나, 할 수만 있다면 그럴 아버지가 절대로 자기만은 아니리라.)
해시태그는 해시 브라운과는 아주 다른 거예요. 그의 상상 속 딸이 말했다. 먹으려고 하지 마세요. 피우지도 말고요.
진정하세요, 엄마. 쌍둥이가 말했다. 리처드 아저씨. 제발요. 엄마가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를 꺼내도록 부추기지 말아 주세요.
트럼프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데. 리처드가 말했다.
확실히, 절대로 아니지. 패디가 말했다. 나르시시스트 선동가가 원할지 모를 일은 죽어도 하지 말자고.
정말, 꼭이에요, 리처드 아저씨. 쌍둥이가 말했다.
그리고 기후 변화, 우파 득세, 이민자 위기, 브렉시트, 윈드러시, 그렌펠, 아일랜드 국경 얘기도 하지 마세요.
너 농담이지? 리처드가 말했다. 그럼 네 엄마를 열받게 할 일이 하나도 안 남는데?
이민자 위기라고 하지 마. 패디가 말했다. 내가 백만번은 말했어. 그냥 사람들이야. 한 명의 개인이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세상을 건너오는 거야. 곱하기 6천만을 하면, 그 모든 개인이 나날이 악화되는 역경을 무릅쓰고 세상을 건너오는 거지. 이민자 위기라니. 저도 이민자의 아들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