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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1970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1-12-23
책 소개
목차
제1부 꽃과 꽃 사이의 날갯짓
제2부 방향 없는 바람
제3부 공장 밖이 위험하다
제4부 신음 같은 사랑
제5부 아프지도 않고
해설 고봉준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침이 되는 길
아침이 왔다
지난봄의 슬픔은 수선화 잎에
피어난 이슬이 되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먼지처럼
쌓여 다른 생이 되는 것이다
사랑도 꿈도
혼란스런 회한과 슬픔과 분노도
시간을 한 입 베어 물고 아침이 왔다
주어진 건 광야뿐이다
햇빛이 냇물 가득 넘쳐서
팔뚝만 한 잉어들이 후두둑 뛴다
그 사이를 지나면
가슴은 깊은 진흙 덩이가 되리라
사라지는 것은 없다 모두
이 맑은 아침이 되었다
다시 적적한 저녁에는
빛깔이 다른 고뇌와 설움이
찾아올 테지만, 허락된 건
아침이 되는 길뿐이다
겨울 강
바다에 가까이 와서야 허락된 게
바람에 몸을 맡긴 영혼이라니
믿을 수 없는 건
차라리 버리지 못한 내 신념이다
새 떼들 상류 쪽으로 까마득히 날아가고
강안은 또 부서지느라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을 허락하고 말았지만
흐름을 멈춘 듯한 세상에도
견딜 수 없는 심연은 있는 것,
나는 눈앞의 격랑을 너무 오래 바라며 살았다
그러나 겨울 강은 바다에 가까울수록
침묵 쪽으로 길을 잡는다
그 위로 많이 가난해진 저녁놀이
먹먹하게 내려앉고, 드디어 암전!
그러므로 사랑을 잃은 노래여
기억이 아득해져버린 겨울 강에서
뜨거운 숨을 혼자 쉬어라
어제보다 깊은 수심(水深)을 가져라
겨울 강은 모든 목적을 버리고
경계 없는 바다가 되어가고 있다
냇물이 흐르는 쪽
물빛을 새긴 채 마음만 출렁이다
혼자 모래의 시간을 생각하네
당신이 짓는 미소 따라
상류 쪽을 돌아본 순간
물잠자리 날갯짓에
갈대 잎사귀가 흔들리는 건
아직 가지 못한 길이 나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
눈빛이 심장의 고동을 견디지 못할 때
구름이 바람의 힘을 긍정하게 될 때
사랑은, 오래된 기억을 다시 쓴다네
드디어 당신의 발목도 물결이 된다네
이루어야 할 것은 적멸이 아니라
물방개의 꿈을 옮겨 적는
냇물의 아픈 뼈마디라는 듯
휘어지고 또 휘어지는
그러나 범람하고 한 번 더 범람하는
냇물에게, 몸을 내주어야 한다는 듯
사랑은, 꼭 이렇게
속에 울음을 채우며
내일 쪽으로 흐르네
어제 쪽으로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