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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방송연예인에세이
· ISBN : 978894641753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09-06-15
책 소개
목차
김수미를 말한다
그녀는 우리편 | 이외수
약자와 꽃 앞에 약한 ‘정의의 욕쟁이’ | 김혜자
책머리에 | 세상 모든 개미들에게 바칩니다
1부_꽃지랄 내 인생
나는 원시인이다
의리에 죽고 객기에 살고
단 하루만이라도 다시 아부지와
내 병의 처방전은 꽃
내 사랑 삼식이
그것이 알고 싶다
2부_힘들면 연락해!
벌써 사십 년!
‘우리 애기’ 정혜선
곁에 있으면 행복한 사람 ? 김혜자
범접하기 쉬운 오지랖부부 ? 송대관
일편단심 조용필
바른생활 유인촌
신혜야, 밥 먹자! ? 황신혜
내겐 너무 뜨거운 당신 ? 이용식
큰누님도 속여 버린 타고난 얘기꾼 ? 심형래
공부하다 놀러와 ? 김원희
삐거덕거리면 연락해! ? 유재석
최양락, 미워 미워 미워
말 없는 전도사 신현준
3부_친구는 나의 힘
우정에 대하여
내 ‘꼬붕’ 이효재
나와 똑같은 그녀
때밀이 내 친구
해탈아, 너희 쥔 스님 보면 연락해!
4부_달콤 쌉싸름한 잔소리
성격이 팔자를 조종한다
이런 사람이 성공하더라
조심, 조심, 조심
연예계 데뷔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혼을 망설이는 여성들에게
자살? 잠깐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3부 | 친구는 나의 힘 _ 내 ‘꼬붕’ 이효재
십오 년 전 KBS <젊은이의 양지>라는 주말 드라마에서 내 역할이 이종원의 엄마로 강원도 탄광 근처 다방의 마담이었다. 드라마 상 시대도 20여 년 전이었다. 물론 방송국에서 의상을 준비해 주지만 뭔가 색다르게 입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내 입맛에 딱 맞는 한복 디자이너가 있다고 누가 소개시켜 줬다. 대본을 보내 주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의상을 받고 세 번 놀랐다. 흔히 한복 박스에 넣어 보내는데, 분홍 보자기로 요살을 부려 장미꽃을 귀퉁이에 달아서 보냈다. 너무 예뻐 풀기 아깝지만, 한참 노려보며 웃다가 풀어 보니 세상에나! 바로 이럴 때 ‘안성맞춤’이란 말을 쓰는 것 같았다. 색상이며 마담이 입을 만한 디자인이며, 의상을 보는 순간 아마 연기는 저절로 되지 싶었다. 그리고 연보라색 갑사천으로 만들어 녹두알만 한 꽃을 단 봉투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내니 마치 내가 여왕이고 신하에게 편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선생님!
치마 말기를 달면서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선생님의 책 《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겠다》를 10년 전에 읽은 후 제 두 번째 소원이 선생님을 뵙는 거였는데……. 혼수예단 보낼 때 신부에게 그 책을 꼭 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살면서 만나야 할 사람은 빌며 기원하면 꼭 만나게 되나 봅니다.
겨자색 저고리와 쥐색 치마는 머리채 뜯고 싸우실 때 찢어지기 쉬운 천으로 만들었습니다. 상대 연기자에게 NG 안 나게 한 번에 북북 찢으라고 하세요. 설레는 마음으로 방송을 보겠습니다.
이효재 올림
남자가 여자를 보고 ‘뻑 갔다’라는 말을 쓰는데, 나는 정말로 ‘뿅 갔다.’ 얼마나 엽엽한지, NG 날 걸 대비해 저고리 하나를 더 보냈다. 서울시내에 사는 여자가 아니라 옛날 어느 소국에 사는 선녀 같았다. 드라마는 물론 이종원, 배용준 같은 주연배우들 때문에 시청률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아직도 내 팬 중에 드라마 속 한복이 찢기도록 싸우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그 장면은 정말로 의상의 힘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인연이 됐다.
2부 | 힘들면 연락해! _ 곁에 있으면 행복한 사람 - 김혜자
천신만고 끝에 병세가 나아져서 다시 재기할 무렵,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달라져있었다. 모든 가족이 손을 놓고 틈만 나면 죽을 생각뿐인 나에게만 매달렸던 터라 금전적인 문제도 심각했다. 어느 날 언니가 “너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하니? 추접스럽게 몇 백만 원씩 꾸지 말고, 필요한 액수가 얼마나 되니?” 하셨다. 언니는 화장품 케이스에서 통장을 꺼내시며 “이게 내 전 재산이야. 나는 돈 쓸 일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에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그리고 갚지 마. 혹시 돈이 넘쳐 나면 그때 주든가” 하셨다. 언니와 나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는 그렇게 못한다. 사업을 수십 년 해왔던 남편은 어디서 일 억도 구해오지 못했고, 몇 백 억 자산가인 시누이도 모른 체 했었다.
얼마 전, 언니가 아프리카에 가신다고 하기에 나는 언니가 혹시 납치되면 내가 가서 포로 교환하자고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당시 외국에서 한국인 선교사들의 납치 사건이 있었다). 만약 정말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나는 무조건 간다. 꼭 가고야 만다. 언니가 살아야 단 돈 천 원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아이들 수 천 명도 산다. 나는 언니 통장에서 뺀 돈으로 빚 갚다가 조금 남는 돈으로 샤넬 핸드백을 산 미친년이다.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를 식별하라. 행복한 자를 곁에 두고 불행한 자를 멀리하라. 불행은 대개 어리석음의 대가이고 그에 가담하는 사람에겐 거세게 전염되는 질병이다. 아무리 작은 재앙에도 문을 열어 두어선 안 된다.’
일기를 쓰는 버릇처럼 늘 마음 한 구석에 두고 곱씹어 보는 글이다. 이 글을 떠올릴 때마다 내 곁에 언니가 있다는 것이 참 위안이 되고 든든하다.
‘주님, 언니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니는 주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분이라 믿습니다. 이 죄인도 언니처럼 살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