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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451697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4-10-31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쑥: 무명의 천을 사이에 두고
ON
제법 미지근한 시작
이토록 충만한 만남
글과 그림을 찾아 뚜벅뚜벅
OFF
이름만 건강한 쑥의 야매 관리법
A∪B∪C∪D
걷고 달리고 읽고 눕는 인생
김그래: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ON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돈이라는 난제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OFF
무용한 취미를 가지는 일
요리왕으로 거듭나다
사랑의 이름은 복슬복슬한 털뭉치
펀자이씨: 연필 선을 따라 걷다
ON
빈 종이 앞에서
독자와 함께 춤을
고마움이 다니는 길
OFF
선녀와 나무꾼 그리고 태양왕
빵은 빵이고 꿈은 꿈이지
지워질 잠깐의 흔적
작가1: 내가 인스타툰 작가라니
ON
빛나는 도화지를 찾아서
여기 다 그렇게 살아요
일상툰 속 엄마가 불러온 나비효과
OFF
나를 돌보기 위한 운동 연대기
나와 기린 사이에서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나가며
리뷰
책속에서
그려낸 세계가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렇게 현실로 돌아올 때 구체적인 기쁨을 느낀다. 글과 그림은 대체로 모호하고 슬픈 마음일 때 지어지고 그려지지만, 이를 세상에 내비친 후 결이 비슷한 이들과 온기를 나누는 일은 온전히 기쁘다.
그들은 내가 이런 기억들로 오래오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글썽이는 눈빛, 다정한 응원, 뚝딱거려도 사랑스럽던 행동들. 그들에게 받아온, 꺼지지 않는 빛은 언제나 내 마음을 비추고 있다. 아마 평생을 비추겠지.
세상에는 많은 저주가 있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영원한 잠에 빠진다거나 왕자가 야수로 변한다는 등의 저 주. 내가 걸린 저주는 ‘취미를 업으로 만드는 저주’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미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 디자이 너가 되어 창작과 닮은 듯하지만 사실 거리가 먼 일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취미를 일로 만드는 과정에서 번번이 좌절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어야 할 때의 부담감은
엄청났다. 세상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단 말이야? 이렇게까지 금손이 많다고? 아, 큰일 났다. 그러면 또 다시 자기 불신과 자기혐오의 굴레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이런 마음을 마주하면 처음 글과 그림을 사랑하게 되었던 이유를 잊지 않으며 쓰고 그릴 뿐이다.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돈 버는 자아와 작업자로서의 자아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일인 것 같다. 외주 작업 폴더에 비해 듬성듬성한 개인 작업 폴더를 볼 때면 돈 버는 일만큼이나 내 개인 작업을 하는 시간도 몹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양질의 내 이야기가 필요하니까.
앞으로 나이가 드는 동안 변화한 것, 깨달은 것, 새로 느낀 감정이나 우연히 발견한 다정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화의 형태로 잘 기록하며 살고 싶다. 불안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기록하기를, 잊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해낼 수 있기를.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다 주는 내게 기대어 만화를 열심히 그려보기로 하고 다시 펜을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