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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41227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6-06-22
책 소개
목차
빛의 집 _007
옮긴이의 말 _217
리뷰
책속에서
이십 분 전부터 나는 불이 켜진 두 개의 창문을,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응시하고 있다. 이런 감정이 화가의 재능 때문인지, 캉디스의 취향 때문인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쓸쓸한 그림에 굉장히 끌리고 있다는 것만 느낄 뿐이다. 자칫 그림이 내게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림이 내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다. 나를 이해하는 느낌. 마치 삶의 텅 빈 공허가 나로 하여금 이 인적 드문 구석의 그림 속에 닻을 내리게 만든 것 같다.
작품 제목은 〈빛의 제국〉이다.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195×131 사이즈의 유화. (…) 바라볼수록 빠져드는 느낌을 도무지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세 개의 광원?가로등과 건물 2층의 창문 두 개?에서 뿜어져나오는 차가운 고요가 나를 매료시키면서 잔뜩 주눅들게 만든다. 왠지 그림 속에서 누가 나를 바라보고, 감시하고, 또 기다리는 것 같다.
망각이라는 화학요법도 나는 거부한다. 절절히 사랑하는 대상을 그리다 죽는 것이 그저 그렇게 살아남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러니 이곳 아무 수로에나 풍덩 뛰어들어 끝장내버리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절망에 사로잡혀서가 아니다. 내 정신 상태는 명료하다. 나는 캉디스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우리 사이의 인연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녀가 자기 방식대로 언제나 나를 사랑한다는 건 믿지만, 내가 죽으면 사랑은 그만큼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대단한 것을 이루지는 못했을지언정, 완벽주의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