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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54645706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7-07-21
책 소개
목차
머리말_ ‘사람’의 현상학
제1장 얼굴_존재의 서곡
‘얼굴’과의 만남 | ‘얼굴’의 특이성 | 누군가로서의 ‘얼굴’ | 집요함과 허무함 | 대면 | 도래
제2장 마음_증표의 교환
낯 | ‘가면’의 유혹 |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 ‘증표’ 또는 몸짓의 형태 | 스키마 | ‘영혼’의 쫓아냄 | 껍질 | ‘증표’의 교환 | ‘영혼’의 유동 | 욕망이 도달하는 곳 | ‘무(無)’를 감싸는 옷처럼
제3장 친근함_가족이라는 자장
보금자리의 밀도 | ‘가족’의 양의성 | 공존을 위한 약속 | 근원적인 은유 | ‘기르는 것’이 아니라 ‘멋대로 자라는’ 장소 | 가족을 대신하는 것? | 갈등의 소중함 | 상처로서의 ‘나’ | 기억과 환상
제4장 사랑_‘이 사람’ 또는 정조의 곡절
매력 | 영혼의 역학 | ‘육체의 주름’ | 미움의 매질(媒質)? | 유동하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 | 육체의 주름
제5장 사적인 것_소유의 역설
‘나’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 자기소유라는 사고방식 | 소유의 근거? | 자격사회의 전제
제6장 ‘개체’_자유의 애로
‘자유’를 향한 의심 | 자율성? | 소유관계의 반전 | 제한 없는 자유는 없다 | ‘자유롭도록 강제되어 있다?’ | ‘자유’라는 권력 | 타(他)라는 자유
제7장 시빌_시민이 ‘시민’이 될 때
‘시민권’이라는 의식의 (재)부상 | ‘원자화’하는 사회와 시민의 수동화 | 새로운 ‘책임’의 형태? | 새로운 사회성? | 몇몇 남는 문제
제8장 ONE OF THEM_‘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아파르트헤이트
인격의 다양성? | ‘국가’와 직결하는 ‘개인’ | 공허한 자기상 | 상대주의의 문제 | 반-반상대주의 | ‘동화’를 뛰어넘는 사고? | 원문 없는 번역
제9장 휴먼_‘인간적’이라는 것
‘휴먼’이라는 것 | ‘누구’도 될 수 없는 사람 | ‘불탄 자리’라는 형상 | 자연스러운(natural)과 정상적인(normal) | 해석의 규칙 | ‘도대체 알 수 없는 놈’과 ‘너 바보 아냐?’ | 인간과 동물의 차이? | 커뮤니케이션과 디스커뮤니케이션 | 측면적인 보편
제10장 죽음_자연과 비자연, 또는 죽음의 인칭
죽음은 시스템적으로 은폐되고 있다? | 죽음의 탈사회화 | 시체와 죽은 자 | 타인의 죽음을 당하기 | 죽음의 인칭성 | 의미와 무의미, 또는 인칭의 저편
후기
책속에서
우리 모두는 어느 때인가 ‘사람’으로서 태어나, 어느 때인가 ‘사람’으로서의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탄생과 죽음을 ‘사람’의 탄생과 죽음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생명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모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아기의 탄생은 출산이라 말한다. ‘사람’은 항상 끊임없이 생성되고, 또다른 한편 부인된다. 더구나 ‘사람’의 생성은 1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사람’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으로서 살고 있으면서도 존재를 박탈당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스스로 ‘사람’으로서는 죽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중략) ‘사람’이라는 존재는 애초에 그것 자체가 수많은 차원이나 위상으로 나뉘어 있다. 나아가 거기에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것도 적지 않고, 정합적이지도 있고 총괄적이지도 않은 채 파탄이나 모순만 눈에 띄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다.
미소에 미소로 답하는 것, 즉 ‘사람’의 ‘얼굴’이 출현하는 것…… 그것들이 비록 한쪽에 비스듬히 걸쳐 있다고 해도(내가 파악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성좌 속에서 볼 수는 있다. 아기의 얼굴이 표정으로 호응해줄 때 사람은 이 같은 사건과 맞닥뜨린다.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 그것이 바로 타자와 만나는 일,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다. 각자는 특이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것(하략).
얼굴은 다른 얼굴과 접촉하는 가운데 ‘누군가의 얼굴’이 된다. 이 접촉, 다시 말해 ‘쳐다봐달라는 부름’에서 비켜난 얼굴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때 얼굴은 얼빠진 채 사람이 없는, 무인의 공간에 내던져진다. 타자의 얼굴이 다가오고, 또는 얼굴로서 타자가 다가오는 것이 내 얼굴을 가능하게 한다. 나를 타자에 대해 얼굴로서 존재하게끔 한다. (중략)
나를 얼굴로서 존재시키는 타자의 얼굴 자체는 나에게 보이지 않는 나 자신의 얼굴이 불러낸 것이다. 마찬가지로 타자의 얼굴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 내 얼굴을 지금 불러내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는 서로 보이지 않는 자기 얼굴의 이러한 교환이 얼굴을 마주하도록 불러낸다. 이러한 소환 가운데 나는 ‘나’가 된다. 얼굴이란 실로 타자가 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얼굴을 소유할 수 없다. 얼굴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도리어 얼굴 안에 ‘나’가 가끔씩 찾아온다. 또는 타자에 의해 얼굴 안에 ‘나’가 강제로 끌려 들어온다.
얼굴의 나타남은 ‘내’ 얼굴로서, 또는 특정한 타자의 얼굴로서 그것을 (내 의식의) 대상으로 축약시켜버리는 ‘소유’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굴은 소유에 저항한다”는 말도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레비나스가 이 말로 내치고자 한 대상은 무엇보다도 서로 연결로 환원도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복수의 존재를 ‘우리’라는 이름 없는 주체의 집합체로 해소시켜버리는 보편적인 사고, 중립적인 사고였다. 얼굴은 주체가 아니다. 얼굴이 주체가 될 때 그것의 손을 잡고 이끌려 나오는 또 하나의 얼굴은 그 주체의 대상이 되고, 그럼으로써 ‘바깥’으로서의 ‘얼굴’이 주체의 내부에 강제로 수용된다. 다양성을 ‘같음’으로 병합하는 논리가 거기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