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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50014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8-01-20
책 소개
목차
1부 한 길 사람 속
한 길 사람 속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면서
귀하고 그리운 ∼다운 이
올 추석이 아름다웠던 까닭
요즘 노인들
녹색의 경이
흙다리를 생각하며
옛날 물, 요새 물
토요일 오후의 고행
부르라고 지어준 이름
신선놀음
50년대 서울 거리
2부 작고 예쁜 길
예습 없는 여행
몽마르트르 언덕과 몽파르나스 묘지
이런 저런 낯설음들
천재의 고향
아아, 그건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뼛속까지 시리던 뒤셀도르프의 추위
비에 젖은 유도화, 그리고 로렐라이
특별한 별자리 밑에서 태어난 거인
네카강 강변에 나부끼는 두루마기 자락
마침내 국경을 넘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영원한가
이제 그만 헤어질 때
부드러운 여행
3부 하늘에서와 같이
내가 꿈꾸는 선물
전망 좋은 집
나의 어머니
여자만 출가외인인가
남자도 해방돼야 하는 까닭
내 식으로 먹기
서태지와 아이들
잘 가라, 5월의 풍경들이여
환청으로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고궁에서
아아, 가을인가봐
하늘에서와 같이
4부 시인의 묘지
시인의 묘지
치악산과 면장갑
소설 나부랭이, 책 나부랭이
책 읽는 소년
재미로 또는 오기로 읽은 책들
신경숙씨 보셔요
내가 잃은 동산
남도 기행
면죄부
쓰고도 슬픈 커피맛
작가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처 짐을 풀 새도 없이 도로 가지고 홍콩 가는 비행기를 타고 나니, 처음 가보는 외국 풍물에 대한 기대나 설렘보다는 다리 뻗고 자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이 나이에 할 짓이 아니다 싶었다. 자신의 딱 부러지지 못한 성질에 짜증도 났고, 동행한 두 사람의 기대와 활기에 넘친 모습에 비추어 나의 목적 없음이 한심스럽기도 했다.
순전히 얹혀 가는 꼴이었다. ‘그래 기왕 얹혀 갈 바에는 동행에게 부담이나 안 되게 먼지처럼 얹혀 가자, 먼지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먼지처럼 자유롭게.’ 그렇게 생각하니 전혀 새로운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_「부드러운 여행」 中
뭔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친구나 후배에게 내가 가장 즐겨 하는 선물이 있다면 아마 그럴듯한 데서 밥이나 술을 사는 일일 것이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는 일은 상대방이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좋고 형체를 남기지 않고 느낌만 남아서 좋다. 꽃이 가장 좋은 선물임은 그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움의 단명함 때문이기도 하리라. _「내가 꿈꾸는 선물」 中
나는 요새 십 년이 여일하게 마당을 등지고 놓아두었던 소파를 마당을 바라보도록 바꾸어놓고 하염없이 바깥을 내다보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있다. 스산한 바람에 으스스 떠는 나무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도 떨리고, 가을비에 뚝뚝 지는 잎을 보고 있으면 흙냄새가 아련한 그리움처럼 코끝에 와닿는다. 그리고 어디선가 읽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마음에 곰곰히 스민다는 것은 늙었다는 증거라는 소리에 싫지 않은 마음으로 공감한다. 삶의 길목마다 사는 맛이 마련돼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_ 「전망 좋은 집」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