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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58871309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05-30
목차
노예 계약 I, 국가 브랜드에 멍이 든다
제다이는 아무것도 못 받아요?
리챠드를 재고용하려면?
스리랑카인 디네쉬, 아내 때문에
베트남 사람이 무서운 이유
철심 3개 박은 기안의 손
8년 거주한 파키스탄인의 신원 보증
태국인이 광주은행 양재지점 가기
루이와 기엔 부부의 피임
무시키 어머니의 진단서
치라운이 받을 200만 원
베트남 여성, 코피 또 나게 생겼다
돈 정말 없어
사장님이 매달 2만 원 뜯어 가다
한국 남자를 뭘로 보고!
외국인을 끌어당기는 한 사람
녹취 비용 10만 원 투자해 600만 원 받다
우락부락한 프라팁, 멋진 놈
미라의 잔꾀
14개월을 끈 수파조 재판
오토바이 질주의 결과
이름 모를 그 공무원 덕분에
투이와 함께한 기나긴 하루
역사를 바꿀 VIP
삼성만 줄 거야
랑선 사람들 센터 점령
저것들 짜고 치는구나
기름 만땅 채우고 천천히
위로금과 퇴직금 사이
5월인 것 같아요
티라랏에게 필요한 건 직권 이동
신원을 감춘다고 되나
전봇대 같은 베트남 사내
태국의 ‘무서운 놈들’
수피아의 새빨간 거짓말
시왓의 신장 결석
속이 뒤집히는 타와차이
환치기상을 믿어?
사콘을 우습게 보면 안 돼
총각 A와 처녀 B가 할 수 있는 건?
한 장 더 써서 600만 원
한글학교, 2년 4개월 만에 문 닫다
귀하디귀한 태국어 통역
입을 여는 자 퇴직금 받는다
재입국한 제롬, 퇴직금이여 안녕
이빨 무료 치료해 드립니다
외국인들의 분리수거
피리 부는 사나이, 멋졌다
시골 남자 호안 전 재산 사기 당하다
퇴직금 사수를 위한 가접수 묘책
산업연수생 I, 줄줄이 바보 사탕
산업연수생 II, 안 되는 일이 어딨니?
10만 원 상품권의 주인공은?
사장님의 벌금 I, 덤터기 쓴 싱캄
사장님의 벌금 II, 아무리 순진하다지만
1호 자원봉사자 K 양 이야기
청소 I, 공포의 사모님
청소 II, 자진 퇴사
사적인 문제는 못 도와줘
태국 대사관 본받아라
26년 짧은 생을 마친 유리
30년 전 어린 노동자들
간단하고 멋없는 홈페이지
의심쟁이도 쓸 데가 있다
센터의 투명한 회계 공개
국민연금공단 웹사이트 검색하는 태국인
피아 사례 관련자들의 인권 의식
보건소 말수 언니의 헌신
솜퐁의 위임장, <옥이 이모> 경자의 위임장
체불 임금 하루에 100만 원씩 받아 주기
최장 2년 3일 만에 받아 낸 돈
베트남에서 만난 청년의 인사
충청도 사람이 사기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
사장님을 고발한 사모님
천지삐까리로 오는 전화
발안에 외국인이 몰리는 이유
친절을 바라는 건 무리데쓰
일곱 번의 구타
책속에서
1.
외국인 노동자는 자유로운 몸이 아니다. 회사에 꽁꽁 묶여 있다. 꼼짝 못 한다! 아무리 환경이 나쁘고 대우가 나빠도 1년 동안은 그 회사를 떠날 수 없다. 사실일까? 사실이다!
심지어 의료 보험이 없는 회사라도, 점심 식사마저 주지 않는 회사라도, 냄새나고 뜨겁고 더럽고 환기가 안 되는 회사라도, 매일 매 순간 산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회사라도 그 회사를 떠날 수 없다.
그렇다면 노예지, 이게 무슨 노동자인가? 솔직히 말해서 노예 노동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외국인 노동자에겐 직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오죽하면 국제 앰네스티에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착취와 인권 침해에 취약한 대부분의 이유는 고용주의 허가 없이 직장을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을까.
하기야 고용 허가제라는 말부터가 “고용주 위주로 할 테니까 그리 알아!”라는 뜻이다. 그러니 어디서 노동자가 나서냐? 더구나 외국인인 주제에!
기막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2.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진 비자는 대개 비전문 취업 비자, 즉 E-9이다. 이 비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E-9-2는 제조업, 즉 공장에 취직할 수 있다. 이것은 좋은 비자다. 공장은 농장보다 백 배 나으니까. 잔업 수당도 받고 일요일은 물론 빨간 날 다 놀고 의료 보험도 있고 퇴직금도 나온다. 이 비자로 오면 산업 혁명 이후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확보한 제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반면에 E-9-4는 농장에만 취직할 수 있다. 이건 안 좋다. 잔업 수당도 없고 휴일도 제대로 못 찾아 먹고, 퇴직금 탈 가망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일과 휴식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환장한다. 비닐하우스에는 대개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다. 이 보일러가 고장 나면 밤중이라도 일어나 고쳐야지 별수 없다. 안 고치면 꽃이 다 얼어 죽는걸! 이 비자로 온 사람은 중세 시대의 농노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