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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139941
· 쪽수 : 350쪽
책 소개
목차
리뷰
책속에서
“백조자리요? 둥근 것이라면 혹시 별?”
“그래요. 이 흐릿한 문양이 은하수. 그 양쪽 끝에 포개듯 날개를 펼치고 있죠. 꼬리 부근에 있는 게 그 유명한 ‘데네브 deneb(백조자리의 가장 밝은 별로 ‘새의 꼬리’라는 뜻이다)’, 일등성이죠.”
백조자리가 십자 모양이라는 것을 몰랐던 아카리로서는 아무래도 십자가 문양으로만 보인다.
“아! 혹시 시라토리가쿠엔이라 백조자리 문양인가요(시라토리가쿠엔しらとりがくえん은 한자로 ‘백조학원白鳥學園’이다)?
“이 구석에 작은 별이 있잖아? 이게 당시 막 발견한 소혹성의 위치야. 백조자리 근처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이 됐지.”
“그렇구나. 슈 짱, 용케도 알아챘네.”
“시계에도 천체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경우가 있거든.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혹성이나 별자리의 위치를 가리키는 특수한 시계를 천문시계라고 부르는데, 큰 것은 유럽의 성당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어. 프라하의 구시청 청사에 있는 천문시계는 유명하지. 손목시계 중에서는 스위스의 제조업체인 율리스 나르딘ULYSSE NARDIN의 플라네타륨 코페르니쿠스 planetarium copernicus 같은 시계가 정말 대단해.”
시계 이야기만 나오면 열기를 띠는 슈지를 가와조에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슈지의 팔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이 닿아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
“저기, 슈 짱. 난 슈 짱이 좋아.”
“응?”
걸으면서 그는 아카리 쪽을 보았다.
“사실은 슈 짱에 대해서도, 슈 짱의 가족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고, 나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어.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한 게 기쁘기도 하지만 약간 무섭기도 해.”
머리 위에 얹힌 손이 부드럽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좀처럼 말할 수가 없었어.”
슈지의 동작 하나하나에 용기를 얻으며 아카리는 계속 말했다.
“……내 친아버지, 살아 계시대. 줄곧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었는데. 성가신 사람이라는 둥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둥 이모가 그렇게 말해서 가족에 대해 털어놓지 못했어.”
“그랬구나.”
조용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말투로,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온화하게 아카리의 귀에 슈지의 말이 와 닿았다.
“괜찮아. 함께 해결해나가면 되니까.”
가가와 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쓰러지고 나서 곧바로, 그때까지는 의식이 있었는데 헛소리하듯 뻐꾸기시계 어쩌고 하더라고.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계방에서 본 그 비둘기시계 같은 걸 말하는 거구나, 하고 순간 생각했어. 아버지가 소중히 간직하던 작은 새, 시계 속의 새와 비슷했으니까. 그제야 아버지의 그것이 비둘기가 아니라 뻐꾸기라는 것도 알았고.”
그러고 나서 그는 신사에서 마사테루 군에게 뻐꾸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결국 여기에 온 건 나 자신의 문제였어. 나도 친아버지를 외면한 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병원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다면 만나야 할지, 그걸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아카리 씨한테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
골치 아프기 짝이 없는 이야기지, 하고 덧붙이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아카리는 심호흡을 했다.
“어디에 입원해 계시죠?”
며칠 전에 동요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카리는 차분한 마음으로 물었다.
그 사람이 진짜 아버지였으면 하고 바랐던 소년과 아버지가 아니길 바랐던 아카리. 사실은 바람과 정반대였으니 얄궂은 일이다. 하지만 그와 만나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