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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9709006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19-01-30
책 소개
목차
1화 타임테이블
2화 하얀 실의 주얼리
3화 특등석의 그녀
4화 미래에서 온 도그 태그
5화 밤의 투아 에 무아
6화 뿔토끼의 꿈
리뷰
책속에서
또다시 정적에 감싸인다.
“들리시오?”
문득 노인이 말했다. 얼굴을 앞쪽으로 향한 채 눈은 감고 있었다.
“물건들의 이야기 소리가.”
“물건들이요? 이 잡동사니들…… 아니, 상품들이 말을 한다고요?”
“들릴 거요. 달 밝은 밤에는 이것들이 말을 한다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오. 당연히 그래야만 하오. 소중한 상품들이니까.”
달빛이 트렁크 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도로 옆 가로등만 있을 뿐, 어린이 놀이터 안쪽은 애당초 불빛이 닿지 않는 암흑이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달이 밝아서 모래밭도, 회전식 정글 짐도 부드러운 음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트렁크 안의 물건들도 흐릿한 빛을 띠고 있었다.
(1화 「타임테이블」)
“이 레이스, 이렇게 보니 한 폭의 그림 같아요.”
사원증을 받으러 갔다가 쓰키코는 그대로 노점 일을 도왔다. 가와시마는 예전과 다름없이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가서 회전식 정글짐 앞에 잡동사니를 늘어놓은 뒤 막대 사탕을 입에 물었다.
“그렇죠? 이거라면 당신 친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겠소?”
“나루미요? 그러고 보니 이 레이스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는데…… 살까요?”
쓰키코는 나루미의 어머니가 보여준 사진을 떠올렸다. 어렸을 적에 레이스 달린 옷을 입고 싶어 했다는 나루미는 이걸 보고 그때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모르겠소만 이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소.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 보여주자고 생각했죠.”
“기다리고 있다고요? 이게, 나루미를요?”
“그렇소.”
가와시마는 단언했다.
(2화 「하얀 실의 주얼리」)
나는 오래도록 나를 사랑해준 모두를 위해 살았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 모두에게 안전과 안심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
그러다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여기에서 그냥 죽을 날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세상 어딘가에 있을 모두를 만나러 가고 싶어졌던 것입니다.
고양이 친구들이 때때로 자신들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젊은 남자를 데리고 와주었습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나가 고물상에 맡겼습니다. 나는 트럭 짐칸에 실린 채 페리를 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섬을 떠났습니다. 작은 창문 밖으로 과거 해변에 있던 교회가, 언덕 위에 옛날과 똑같이 하얀 칠을 빛내며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친구와 만나면 나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3화 「특등석의 그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