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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59759439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뒤뜰에서
천장 위에
방울 소리
이형의 사람
만조의 우물
우리 밖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또, 열려 있다.
쇼코는 거실을 나오다가 우뚝 멈춰 섰다.
쇼코가 방금 연 장지문은 툇마루처럼 생긴 바깥 복도에 면해 있다. 커다란 유리문을 경계로 눈앞에는 길쭉한 안뜰이 있다. 노지 같은 뜰을 건너 맞은편에는 마찬가지로 바깥 복도가 있고, 그곳에는 낡은 오동나무 서랍장이 나란히 놓여 있다. 쇼코의 키보다 약간 나직한 서랍장이 두 개. 그 뒤로는 미닫이 두 짝이 보인다. 말하자면 서랍장이 미닫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흰 당지를 바른 미닫이는 위쪽으로 삼분의 일 정도만 엿보인다. 그 미닫이 한쪽이 약간 열려 있었다.
……분명히 어젯밤에도 닫았는데.
“얘, 천장 위에 누군가 있어.”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을 때 고지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강단 있는 어머니였다. 시골 농가에서, 일찍이 고위 무사 집안이었던 이 집으로 시집와 자부심 강한 시부모를 모시고 횡포한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다. 걸핏하면 ‘태생이’ ‘가정교육이’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자식 셋을 키워냈고, 원망도 미움도 없이 시부모 병수발을 들었으며, 두 딸을 출가시키고 며느리를 들였다. 아버지가 쓰러진 건 오 년 전 일로, 삼 년에 이르는 긴 병환을 어머니는 곁에서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렇게 해서 겨우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어머니의 건강에 이상이 왔다.
……저것은 기모라기보다 상복이다.
검은빛 일색인 기모노와 띠, 띠에 댄 천도 끈도 검다. 깃과 버선만이 꽃처럼 희었다. 나이는 서른 중반일까. 수그린 얼굴로 흘러내린 몇 가닥 머리카락에 빗방울이 은입자처럼 매달려 있었다.
이 막다른 골목에 사는 사람일까.
조모 집에 이사 온 지 일 년, 아직 골목 안의 모든 집을 알지는 못했다. 이웃의 얼굴은 더더욱 몰랐다. 다만 길 양쪽으로 이어지는 모든 집들이 골목 쪽으로 대문이 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반 정도는 골목 쪽이 집 뒤꼍에 해당했다. 대문이 골목 쪽으로 나 있는 집은 몇 집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