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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868441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5-07-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어쩌면 모든 게 늦은 것만 같은 - 리즈
맞지 않는 구두를 신다 - 비비안
안락한 구속, 불안한 자유 - 올리비아
반짝임은 내 안에 있다 - 마릴린
욕망을 욕망하다 - 그레이스
나에게서 벗어나 볼 용기 - 오드리
나를 사랑할 시간 - 소피아
에필로그 - 서영의 이야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나를 벗더니 원래 그대로 다시 단장시켰다. 천 주머니에 들어가기 직전, 나는 눈물을 그득 담고 있는 그녀의 커다란 눈을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니? 어떻게 살아야 내가 밉지 않을 수 있는 거니?”
그건 그저 한탄일 뿐이었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그 답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그녀에게 전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내 남은 생의 숙제가 되리라는 예감이 느껴졌다.
- <어쩌면 모든 것이 늦은 것만 같은_리즈> 중에서
“너는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결혼이라는 거, 하고 싶어?”
나는 왜 남자가 결혼에 대한 말에‘ 나하고’라는 단어를 쏙 빼놓는지 궁금했다.
“결혼? 하면 좋지. 하지만 안 해도 상관없어. 만약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나빠질 것 같은 결혼이라면 안 하는 게 나아.”
대답을 들은 남자는 조금 마음을 놓는 듯했다. 결혼에 대한 그들의 대화는 결코 그 이상으로 깊어지지 않았다. 항상 거기까지만 갔다가 얕은 곳으로 되돌아와 무릎까지만 담그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는 것. 그게 그들이 함께 있는 방식이었다.
-<맞지 않는 구두를 신다_비비안> 중에서
“너 그 오빠하고 키스 했어, 안 했어?”
그녀가 대답 대신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하자 저쪽에서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했구나, 했어.”
그녀가 변명할 새도 없이 친구는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이니 처음 만난 남자하고 첫날부터 술 마시고 키스하지 말라고 했지? 네 연애가 항상 두 달을 못 넘기는 이유가 그거야. 왜 그걸 못 참아?”
“어쩌다 분위기가 그렇게 됐어. 시작이야 어쨌든 지금부터 잘하면 되지 뭐. 나 그 오빠 맘에 들어.”
“퍽이나 그러겠다! 내가 지켜볼 거야.”
“결혼하게 되면 너한테 크게 한턱 쏠게.”
그녀는 결혼을 참 쉽게 입에 올렸다. 매력적이고 결혼을 열렬하게 원하기까지 하는 그녀가 왜 이제까지 결혼을 하지 못했는지 이상하고 또 이상한 일이었다.
-<반짝임은 내 안에 있다_마릴린> 중에서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욕망이 없는 삶은 모든 게 채워진 완벽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없는 삶이다. 내가 나를 욕망했던 여자들에게서 좌절보다는 생기를 느낄 수 있던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방향과 정도를 통제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하기만 하다면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별을 쓸쓸히 느끼면서도 이번 만남에서도 나의 리즈에게 전해줄 가치가 있는 말을 건져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욕망의 온전한 주인이 될 때 삶은 당신 편이 된다.’
- <욕망을 욕망하다_그레이스> 중에서
소피아는 심 대리를 무척 싫어했는데 심 대리가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우거나 야근을 미룰 때 자신이 그 일까지 떠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소피아가 동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머리로는 나도 안다고. 그 애들이 자라서 세금을 내고 내 연금도 내 주겠지. 그런데도 내가 내 피와 살을 깎아서 남의 애를 키워 주는 것 같은 이 더러운 기분은 뭐지?”
그녀들 사이에는 배려와 권리라는 묘한 경계 위에서의 줄타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소피아도 심 대리를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배려하려고 노력했지만, 미처 배려를 받지 못했을 때 심 대리가 권리를 침해당한 듯 반응하는 걸 보고 상심했다. 나는 두 사람의 사이에 훨씬 더 힘이 센 누군가가 있어서 그 배려와 권리를 조율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책임은 언제나 두 사람이 나누어 떠안아야만 했다.
- <나를 사랑할 시간_소피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