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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88964621691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12-06
책 소개
목차
그림과 표 목록
감사의 말
서문
제1장 낡은 것은 죽어가고
제2장 외국인 혐오의 부상
제3장 복지의 쇠퇴
제4장 기성 정당의 몰락
제5장 미국의 패권
제6장 유럽의 서사
제7장 유럽은 결딴나는 중?
제8장 잃어버린 희망?
옮기고 나서
미주
인명 색인
리뷰
책속에서
그람시는 위기—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위기—란 이른바 ‘권위의 위기’, 즉 지배계급들이 기반을 잃고, 그들의 지배를 떠받히는 합의가 시들해지며, 대중에 대한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장악력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람시가 보기에, 이 대중은 이제 더이상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를 따르지 않았다. 대중은 점점 냉소적이고 회의적으로 변해갔다. 이제 더이상 엘리트를 신뢰하지 않았고, 엘리트들도 그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예측할 수 없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위기를 급진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기회로 보았다. 우리와 한결 가까운 그람시는 그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그람시가 묘사하는 위기 국면은 잠재적인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 ‘병적 징후’들로 가득한 ‘공백기’였다. 그람시는 낡은 것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지성의 비관주의’와 반대되는 ‘의지의 낙관주의’를 품은 채—이런 병적 징후들이 진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했다.
1945년 이래 유럽을 통치해온 기성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 주로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좌파가 지지를 잃었지만 전통적인 보수당도 만만치 않게 기반을 상실했으며, 무엇보다도 서구 대다수 나라에서 외국인 혐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하여 강하고 안전하며 통합된 유럽으로 우리 앞에 놓인 도전에 마주할 것이라는 ‘유러피언 드림’이 허물어지고 있다. 2004년, 언론에서는 영원한 구루이지만 대개 틀린 말만 하는 제러미 리프킨은 유럽이 ‘아무도 모르게 아메리칸 드림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2020년에 이르면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했고, 에스파냐는 계속해서 카탈루냐 분리주의에 맞닥뜨리고 있으며, 그리스는 훨씬 더 어려운 시절이 올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벨기에는 정부를 구성해서 나라를 하나로 뭉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급부상하는 중이다.
사람들이 지구 전체에서 이동이 확대됨에 따라 외국인 혐오가 퍼지고 있다. 유럽인들—종종 기꺼이 ‘인도적’ 개입을 지지하는 이들 포함—은 난민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 가운데 17퍼센트만이 유럽에 수용되는 반면(미국에는 16퍼센트), 아프리카에 30퍼센트, 중동에 26퍼센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11퍼센트가 받아들여진다. 2014년에서 2017년 사이에 이주자 2만 2500명이 안전한 곳까지 가려다가 사망했다. 그중 절반은 지중해를 건너던 와중에 목숨을 잃었다. 1993~2018년 동안 3만 4361명 이상의 죽음이 ‘요새 유럽Fortress Europe이라는 치명적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 1970년 1월 이래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로 죽은 전체 사망자(1만 1288명. 유럽 최대의 테러 피해자인 러시아를 포함한 수치다)보다 많은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