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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217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0-06-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_4
제1부
경계•13
탄생•14
낙화•16
어떻게든•18
밥•20
눈 온 아침에•22
붉은 꽃•24
아침이 되는 길•26
무논•28
겨울 강•30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32
냇물이 흐르는 쪽•34
제2부
길•39
풀•40
아름다운 꽃밭•42
강가에서•44
바닥에 대하여•46
무너지는 시간•47
인간의 길•48
희뿌연 벌레•50
고속도로•52
거리에 갇히다•54
8월•56
강•58
제3부
잠들지 않는 생활•61
만국의 노동자여, 분열하자•62
공장 밖이 위험하다•64
우리는 이렇게 왔다•66
잃어버린 다이너마이트•68
마지막 남겨진 말•70
2008년 6월에 쓴 시•72
싸움의 끝•74
죽음에게는 먼저•76
심장의 빛깔•78
제4부
우리의 희망•83
전라도•86
더러운 시•88
집구석•90
악몽•92
육 년 동안•94
새해 아침에•96
죽음들•98
묘비명•100
노래에 대하여•102
제5부
꽃•107
詩•108
냇물•110
무화과나무로부터•112
소음의 정체•114
먼지•116
자화상•118
입동•120
더부살이하는 책•122
오어사•124
아프지도 않고•126
살을 앓다•128
벽•130
해설 침묵과 심연 | 고봉준•13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강물 앞에 서면 물결이 되고
숲에 들면 나무가 되는 순간이 있다
어깨를 들썩이며
모든 시간이 울먹이고 꽃잎이
바람이 되는
어찌할 수 없는 노래가 있다
멍든 가슴이 깨질 때 목마른
짐승이 밖으로 뛰쳐나와 들판을 달릴 때
언어가 조각나는 여리디여린 몸뚱이가 있다
절정은 사막인데
사막이 피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
싸움과 변명과
누적된 신음이 켜질 때
사랑과 믿음과 고독에
모두를 맡길 때
미지의 심연이 반짝이는
찰나가 있다
어두운 물질에
웃음이 번지는 기적이 있다
―「탄생」 전문
바람에 흔들리는 8월의 숲은
처음 보는 여자의 머릿단 같다
이건 물론 내 느낌일 뿐이지만
언젠가 모르게 내면이 되어버린
사건 없이, 뜨거운 태양이 있겠는가
사소한 몸살도 당신과 마주친 흔적이었다
쓰나미 이후에 남은 문명의 쓰레기가
우리를 어지럽게 할 때
그건 우리가 거품을 마시고 셈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왔기 때문
어젯밤 얼굴을 붉히며 웃던
매끄러운 허벅지의 틈새에서
더더욱 믿음이 단단해졌다
그러니까 사랑은, 8월의 숲처럼
바람에 빠짐없이 소스라칠 것!
이렇게 나는 나이를 먹고
눈물을 다시 배운다
왜냐면 오늘은 처서 전날이고
후회는 현재를 더럽히므로―
―「8월」 전문
꽃은 내가 모르는
어두운 세계에서 오고
나라는 의미는 꽃이 피운 것
그러나 동시에 무지이므로
나는 첩첩산중의 불빛 한 점,
위태로운 숨결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꽃의 침묵,
그게 나를 떠나게 한다
나를 머물게 한다
그리고 저물게 한다
―「꽃」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