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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7358181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0-08-21
책 소개
목차
서문_말을 하고 싶었다
1장 어둠을 느끼도록 하늘과 삶이 지명한 사람
2장 국가의 기억상실과 문학의 기억
3장 ‘다른 중국’의 비천함과 문학
4장 미국 문학이라는 ‘거친 아이’
5장 금서와 쟁론에 대한 몇 가지 견해
6장 나의 문학적 반성문
7장 중국에서의 글쓰기의 특수성
8장 두려움과 배반은 평생 나와 동행할 것이다
9장 고도의 권력 집중과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하늘 아래서
10장 존엄 없이 살아가기와 장엄한 글쓰기
11장 한 마을의 중국과 문학
12장 나의 이상은 ‘내가 생각하는’ 소설을 써내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_마음껏 외칠 수 있기를
리뷰
책속에서
나는 중국의 노인들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단으로 자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가난과 질병, 노동의 피로와 도덕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내면의 걱정과 운명에 대한 불안, 현실 세계에 대한 마지막 절망 때문에 죽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현실에 직면할 때, 인간과 살아 있음과 현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흩어지지 않는 어둠이 거대한 안개처럼 나의 가슴과 생활, 글쓰기에 가득 차는 것을 느낀다. 나는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런 세계를 감지하고 글을 쓸 뿐이다. 내게는 창문을 열고 세계의 빛을 바라볼 능력이 없다. 혼란하고 부조리한 현실과 역사에서 질서와 인간 존재의 힘을 느낄 수도 없다. 나는 항상 혼란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어 어둠 속에서 세계의 밝음과 인간의 미약한 존재와 미래를 느낄 뿐이다. 심지어 나는 어두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이지만 어두운 작가라고 빛의 미움을 받아 사방으로 밀려나는 글쓰기의 유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의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도피에서 배반으로’의 방향으로 가게 된다. 가장 독립적인 인격 같은 쪽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글쓰기의 ‘반도叛徒’가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반도’의 지향과 형성은 소설의 내용과 이야기, 인물이 될 뿐만 아니라 예술 자체의 여러 요소가 된다. 예컨대 서술 방식과 언어, 수사, 구조의 기교와 문학에서의 문학과 세계관이 되어 한 걸음 한 걸음 고삐에서 벗어난 말처럼 먼 곳을 향해 달려간다. 더욱더 오해되고 오독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예컨대 『사서』와 방금 탈고한 『작렬지』는 중국의 현실 세계에 대한 도피이자 배반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피와 배반으로 직접적인 개입과 진실을 완성한다. 그리고 소설의 예술 사유에 있어서도 이 두 작품은 도피이자 배반으로서 중국 소설의 서사에 있어서 새로운 질서를 완성하려고 시도하는 것이지 중국 소설 고유의 집단적이고 정부 기관을 포함해 독자와 비평가 모두에게 인정받거나 수용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농담과 말다툼, 한가한 잡담, 그리고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에 대한 감정과 집착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 삶에 대한 그들의 강렬한 추구와 정신적 황폐함에 대한 담담함과 자연스러움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나 자신이 이미 진정한 그 땅의 사람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글쓰기를 위해 그 땅에서 소재를 찾고 이야기와 인물 형상을 찾고, 스토리와 디테일을 만나기 위해 가끔씩 고향의 그 땅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번 고향에 돌아갈 때마다 나는 항상 우리 형과 얼굴을 마주하고도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반나절을 함께 앉아 있어서 주고받는 말이 없다. 고향 집에 돌아가면 여전히 어머니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지만 어머니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시면서 던지는 수십 년 전의 수레바퀴 같은 말과 시골의 생로병사에 관한 이야기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누나들과도 한자리에 앉아서 조카들의 생활과 사업, 일과 농사에 관해 얘기를 주고받는 일이 아주 드물어진 것 같다. 이는 진실이지만 대단히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고향의 그 땅에 대해 곤혹감을 느끼고 있고 감정을 잃어가고 있으며 일상과 세속의 생활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는 반면, 세상사에 대한 번뇌와 인성에 대한 무감각과 마비는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