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0634180
· 쪽수 : 146쪽
책 소개
목차
그때 그 시절 이야기 - 작가의 말
진메 마을 - 우리 동네에서는 우리 동네만 보인다
진달래꽃과 함께 온 정님이 - 진메 마을에 봄이 왔다
정님이네 새집 - 이사가는 날은 동네 사람들의 축제 날이다
우리들의 학교, 덕치초등학교 - 정님이는 말 없는 그림자처럼 학교를 오갔다
총알 - 우리 동네엔 빨치산으로 유명한 회문산이 있다
정님이네 - 정님이네 집 옆의 커다란 은행나무 잎에 노란 물이 들었다
꽃눈 날리던 날 - 벚나무들은 봄마다 꽃구름처럼 꽃을 피워냈다
꼴 따먹기 - 핏방울들이 하얀 토끼풀꽃에 떨어져 자운영꽃처럼 붉게 물들었다
우산 속에서 - 우산 속에서 정님이는 가만가만 노래를 불렀다
파란 칡잎에 빨간 산딸기 - 몸이 움츠려지도록 딸기는 시고 달았다
정님이의 따뜻한 등 - "너 나한테 업힐래?"
눈싸움 - 정님이가 하얀 눈송이 저쪽에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하얀 찔레꽃 - 정님이의 눈동자 안에서 무엇인가 반짝 빛났다
달빛 아래 두 그림자 - 열두시가 넘은 것 같은데 누굴까
대보름 - 나는 굿판에 봉긋 솟은 꽃송이가 되었다
졸업 - 학교야, 눈송이처럼 벚꽃 붕붕 날던 학교야, 잘 있거라
진달래꽃 피는 산 - 진달래꽃이 피는 그 산에 빨치산 무덤이 있다
강물에 부서지는 달빛 - 평소의 정님이보다 훌쩍 커 보이는 까만 그림자가 내게 다가왔다
빨치산의 죽음 - "너 그 죽은 빨치산 봤담서. 손가락도 봤냐?"
그 무덤 위의 진달래꽃 - 너도 날 잊지 마, 나도 널 잊지 않을 거야
책속에서
정님이는 자꾸 앞으로 뛰어갔다. 나도 정신없이 쫓아갔다. 그러다 보니 너무 먼 데까지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정님이가 달리던 걸음을 뚝 멈추고는 휙 돌아서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정님이와 나 사이로 한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정님이는 그렇게 서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눈송이들이 정님이의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웃는 눈썹 위에, 콧등 위에 쌓였다. 작은 소나무 가지가 눈을 받다가 무거웠던지 우수수 내 머리 위로 눈을 쏟아냈다. 눈을 뒤집어쓴 채 눈사람처럼 멍청하게 서 있는 나를 보고 정님이는 큰 소리로 웃었다. 배를 움켜잡고 점점 크게 웃었다. 그러다가 눈밭 위에 벌렁 큰대 자로 누워버렸다. 그리거 계속 하향게 뒹굴며 마구 웃었다. - 본문 87~88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