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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1992319
· 쪽수 : 231쪽
· 출판일 : 2006-01-16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을 펴내며
프롤로그_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
1. 죽음을 생각하는 날 | 런던 2001년 12월
마르크스의 무덤 / 자폭하는 세계 / 프리모 레비 / 자폭의 일상화 / 11층의 창 / 우리 망명자들
일본인의 마음 / 사자의 국민화 / 불사의 공동체 / 파르지팔 / 성배의 민족
2. 폭력의 기억 | 광주 1990년 3월, 2000년 5월
망월동 / 어떤 누나 / 풀 덮인 무덤 / 광주여 영원히! / 비엔날레 / 나는 누구인가 / 시린 네샤트
붉은 하이힐 / 넓은 바다로 / 침묵 / 맨홀 / 재일의 인권전 / 활자구
3. 거대한 일그러짐 | 카셀 2002년 8월
아웃 오브 블루 / 삶은 느낌 / 이중의 디아스포라 / 아름다운 열대 풍경
4. 추방당한 자들
1. 난민의 자화상 | 브뤼셀, 오스나브뤼크 2002년 5월
브렌동크 요새 / 오스나브뤼크 / 난민의 삶 / 죽음의 벽 / 망명자의 자화상
2. 어제의 세계 | 잘츠부르크 2002년 여름, 2004년 여름
다나에의 사랑 / 어제의 세계 / 종이와 스탬프 / 죽음의 도시
3. 세 사람의 유대인
강제와 불가능성 / 문화로부터 추방당하다 / 오직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 티에의 묘지
에필로그_ 코리언 디아스포라 아트
리뷰
책속에서
이처럼 '유대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고 오스트라아 국민으로서 또한 '독일 문화'의 적자로 자기형성을 해온 아메리가, 어느 날 '유대인임'을 외부로부터 폭력적으로 강요당한 것이다. 1935년 어느 날, 그가 빈의 카페에서 신문을 읽고 있을 때였다.
"신문에는 마침 독일에서 막 공표된 뉘른베르크 법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첫 눈에 곧 그 법률이 나와 관계된 것임을 알았다. 뉘른베르크 법을 읽고 난 후 내가 30분 전의 나보다 더 유대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내 얼굴이 갑자기 유대인 같은 얼굴이 된 것도. 갑자기 헤브라이에 관련된 온갖 것들이 번쩍 빛을 내며 생각난 것도 아니었다. 사회에 의해 나 자신에게 내려진 그 판정에 명백한 의미가 있었다면, 바로 그것 때문에 영원히 죽음의 위험에 처하리라는 것이었다. 죽음인 것이다."
이러한 폭력, 죽음의 위협은 당연히 모멸을 동반하고 있었다. '유대인'은 불결하고 부도덕하며 욕심많고 신용할 수 없고 열등한 인종으로 규정되었다. 그러기에 유대인들이 모두 죽음을 선고받는 것이고 또 많은 시민들이 그 선고에 동조한 것이다. 그러기에 그 선고에 저항하려 하는 자는 또한 세간의 모멸에 저항해야 한다. "존엄의 박탈은 결국 생의 박탈"이며, "존엄은 생의 권리"이기에.
"(유대인이라는)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운명에 저항하는" 작업을 아메리는 스스로 떠맡았다. "반항하는 유대인"으로써 이 세계에서 자신의 존엄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되받아쳐야 한다." 망명지인 벨기에에서 "현실적으로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알면서도 레지스탕스에 참가한 것, 강제수용소에서 폴란드인 형사범의 폭력에 맞서 반격했다가 형편없이 두들겨 맞은 것도, 결국은 되받아침으로써 존엄을 쟁취하기 위한 행위였다.
이전에는 스스로 '유대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그가, "유대인임을 강요당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 본문 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