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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2836270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개정판을 펴내며
한국어판을 펴내며
프롤로그 |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
Ⅰ. 죽음을 생각하는 날: 런던 2001년 12월
마르크스의 무덤 | 자폭하는 세계 | 프리모 레비 | 자폭의 일상화 | 11층의 창 | 우리 망명자들 | 일본인의 마음 | 사자의 국민화 | 불사의 공동체 | 파르지팔 | 성배의 민족
Ⅱ. 폭력의 기억: 광주 1990년 3월, 2000년 5월
망월동 | 어떤 누나 | 풀 덮인 무덤 | 광주여 영원히! | 비엔날레 | 나는 누구인가 | 시린 네샤트 | 붉은 하이힐 | 넓은 바다로 | 침목 | 맨홀 | 재일의 인권전 | 활자구
Ⅲ. 거대한 일그러짐: 카셀 2002년 8월
아웃 오브 블루 | 도쿠멘타 | 싫은 느낌 | 이중의 디아스포라 | 아름다운 열대 풍경
Ⅳ. 추방당한 자들
1. 난민의 자화상: 브뤼셀, 오스나브뤼크 2002년 5월
브레인동크 요새 | 오스나브뤼크 | 난민의 삶 | 죽음의 벽 | 망명자의 자화상
2. 어제의 세계: 잘츠부르크 2002년 여름, 2004년 여름
다나에의 사랑 | 어제의 세계 | 종이와 스탬프 | 죽음의 도시
3. 세 사람의 유대인
강제와 불가능성 | 문화로부터 추방당하다 | 오직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 티에의 묘지
에필로그 |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트
리뷰
책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곳곳이 파괴되고 방대한 희생자, 난민을 낳았지만 전쟁 종식은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제2차세계대전의 국제 질서를 그럭저럭 떠받쳐오던 유엔은 완전히 기능 부전 상태에 빠졌다. 핵무기 사용까지 현실화하는 느낌이 든다. 고향에서 쫓겨나 거처를 잃은 사람들의 고뇌는 점점 깊어진다. 디아스포라에게 지금은 실로 혹독한 ‘한겨울’이다. 유럽에서도, 혹은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에서도, 수십 년간 봉인되어왔던 핵무기가 사용될 날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예감마저 든다.
(…)
디아스포라가 고난을 당한 이유는 단적으로 말해 그들이 국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꾸로 말하면, 국가 없는 세계에 대한 희망(감히 ‘희망’이라 말해두자)을 잉태할 보편적 사상이 그들로부터 펼쳐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것이 제2차세계대전 후의 세계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할 ‘희망’이었지만, 이 ‘희망’은 지금 크게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의 디아스포라들은 여전히 기나긴 고난의 길을 걷는 중이다.
―「개정판을 펴내며」
그런 시도를 한 이유는 프리모 레비, 파울 첼란, 장 아메리, 슈테판 츠바이크 등 이 책에서도 다룬 유럽 유대계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의 사색에 강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펼친 사상적 행위에는 유대인이라는 좁은 범위만이 아니라, 근대 이후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많은 이(여기에는 물론 우리 ‘조선 민족’도 포함되어 있다)가 숙고해야만 할 보편적인 호소와 교훈이 담겨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다 긴 척도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그들의 사색을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개정판을 펴내며」
이 책에서는 디아스포라를 이해하고자 글로 쓴 텍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품에도 눈을 돌렸다. 디아스포라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자로 된 텍스트에만 의거할 것이 아니라, 비문자 텍스트에 자극받은 상상력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제목에 ‘기행’을 붙이고, 대상을 관찰하여 서술하는 작가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유동하는 상태로 두는 것, 아울러 많은 예술 작품을 참조하며, 말하자면 작품들과 대화를 통해 서술해나가는 형식을 선택한 것 또한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개정판을 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