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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290887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01-19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장 뉴욕
2장 워싱턴 D.C.
3장 디트로이트
4장 다시 뉴욕 1
5장 다시 뉴욕 2
6장 아메리카 1
7장 아메리카 2
맺음말
리뷰
책속에서
고민 끝에, 어차피 간다면 이참에 오고 갈 때 뉴욕에 들러 시간을 내서 예전에 방문했던 장소를 다시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 내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미국을 여행할 기회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먼 옛날 기억의 단편도 되살아났다. 좋은 기억만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라는 인간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는, 그런 절실한 기억이다. 그 기억들은 내 속에 있는 ‘선한 아메리카’의 기억과도 연결된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 B 씨는 공항까지 배웅을 나와, “비행기에서 먹어.”라며 오늘 아침 삶았다는 달걀을 대여섯 개 건네줬다. 언젠가 내가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게다.
그때의 감각이 30년 후에 되살아났다. 거꾸로 말하면 60대 중반을 지난 내 자신이 뜻하지 않게 30대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젊다’고 해서 반드시 즐겁고 기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일에 어쩐지 어색하고 미숙하며, 가시가 돋혀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고독하기도 하다. 그런 감각까지 맨해튼에서 되살아났다. 30년전의 나는 광기와 죽음의 갈림길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갈림길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지인들도 적지 않다. 그때 나는 지금 이 나이까지 살아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B 씨는 지금도 건강할까. 그때의 일을 생각해낸 것도 호퍼의 작품이 가진 힘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1882년, 뉴욕주 나이액에서 태어났다. 「나이트호크스」는 심야의 다이너(간이 식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린다. 1942년, 즉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제작한 그림이다. 심야 식당에 앉아 있는 남녀는 어떤 관계일까.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떤 이야기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 그림은 바라보는 자에게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호퍼가 그린 도회 풍경에는 대부분 이렇게 투명하고 비통한 공기가 감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미국 대도시의 공기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