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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사상가/인문학자
· ISBN : 9788971995402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13-04-22
책 소개
목차
스테판 에셀을 추모하며?올랑드 5 | 서문 15 | 들어가는 글 18
1. 베를린에서 파리로 20
2. 프랑스 소년이 된 독일 아이 32
3.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다 48
4.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63
5. 드골 휘하로 75
6. 전시戰時의 런던 89
7. 파리에서 벌인 지하활동 105
8. 부헨발트와 로틀베로데 116
9. 도라 수용소 129
10. 외교관이 되다 136
11. 미국 145
12. 유엔 155
13. 프랑스 184
14. 피에르 망데스 프랑스 189
15. 장 물랭 클럽 204
16. 아시아 215
17. 알제리 228
18. 내 친구 화가 다니엘 코르디에 244
19. 세계를 돌다 253
20. 아프리카 (1) 260
21. 클로스트르 피랍 사건 280
22. 이민문제 풀어가기 294
23. 제네바 주재 유엔 대사 303
24. 좌파가 집권하다 334
25. 미셸 로카르 (1) 354
26. 미셸 로카르 (2) 363
27. 아프리카 (2): 와가두구 375
28. 아프리카 (3): 부줌부라 385
29. 황혼인가 새벽인가? 400
덧붙이는 말 408 | 옮긴이의 말 420 | 연보 429
책속에서
작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내가 펜을 쥐게 될 거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글쓰기보다는 행동을, 향수와 추억보다는 미래를 선호했다. 그러나 내 나이에 이르면 누구든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증인이 되기 마련이다. 내 존재는 세기와 함께 끝나간다. 친구들의 우정 어린 압력(그중에서도 레지 드브레가 계속 나를 채근하고 압박했다)에 못 이겨, 자기 시대의 사건들과 연관된 개인의 운명을 술회하는 쉽지 않은 일에 손을 대게 된 것은 아마 이런 이유에서였으리라.
교차점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나 자신과 역사에 대한 내 판단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순진한 믿음이 부정당하고, 환상이 깨지고, 참상을 목격하고 쓰디쓴 결과를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래도 내 확신은 변치 않는다. 나는 바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실현된다고 확신한다. 운명이 내게 아낌없이 베풀어준 혜택 중에 크나큰 부분을 차지하는 특권 하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과 그 움직임을 믿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라본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러한 낙관주의는 더 강해진다.
집으로 돌아오자, 헬렌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헬렌과 로셰의 관계가 심히 위태로워진 것은 30년대 초, 희망과 환멸, 거부와 회복의 시절부터였으며, 결국 둘의 관계는 비뚤어진 결별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1933년 7월의 그날, 헬렌은 로셰가 제르맨과 비밀리에 결혼했고 아들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참이었다. 이처럼 오래 끌어온 거짓말을 그녀는 견딜 수 없었고, 보기 드문 폭력 장면이 펼쳐졌다. 헬렌은 권총으로 로셰를 위협했으며 공포에 사로잡힌 로셰는 빠져나오기 위해 권투기술을 발휘했다. 이 난투극이 끝난 후 헬렌은 결코 그를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이 결심을 굳게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