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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6774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모두 다 떠나고
제2장 심술궂은 메리 양
제3장 황야를 지나
제4장 마사
제5장 복도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제6장 “누가 울고 있었어. 누가 있었어.”
제7장 정원으로 들어가는 열쇠
제8장 길을 알려 준 울새
제9장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
제10장 디컨
제11장 울새 둥지
제12장 “땅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제13장 “난 콜린이야.”
제14장 어린 라자
제15장 둥지 짓기
제16장 “난 안 올 거야!”
제17장 짜증 발작
제18장 “우물쭈물해선 안 돼.”
제19장 “마침내 봄이 왔어!”
제20장 “난 영원히 살 거야. 언제까지나 영원히!”
제21장 벤 웨더스태프
제22장 해 질 무렵
제23장 마법
제24장 “계속 그렇게 웃으라고 합시다.”
제25장 커튼
제26장 “엄마야!”
제27장 정원에서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메리는 나뭇잎 아래에 두 손을 넣고 손잡이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옆으로 밀기도 해 보았다. 담쟁이덩굴이 두껍게 덮고 있어서 느슨히 흔들리는 커튼 같았지만 그중 몇 개는 나무와 철로 된 무엇 위를 기어가고 있었다. 메리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기쁘고 신이 나서 손이 바르르 떨렸다. 울새는 메리만큼 신이 나는 듯 계속 노래하고 지저귀면서 머리를 옆으로 갸웃했다. 손 아래 잡히는 이것은 무얼까? 각이 지고 쇠로 만들어졌으며 손가락에 구멍이 잡히는 이것은?
그 구멍은 10년 동안이나 잠겨 있던 문의 자물쇠 구멍이었다. 메리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꺼내서 구멍에 맞는지 넣어 보았다. 열쇠를 넣고 옆으로 돌렸다. 그러기 위해 두 손을 다 써야 했지만 돌아가긴 돌아갔다.
그런 다음 메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누구 오는 사람이 없나 뒤편 오솔길을 쓱 둘러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쪽으로 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메리는 다시 한 번 자기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고 하느작거리는 담쟁이덩굴 커튼을 걷은 후 문을 뒤로 밀었다. 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다.
그런 후 메리는 슬쩍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기대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흥분과 놀람, 즐거움으로 숨이 마구 빨라졌다.
메리는 바로 비밀의 정원 안에 서 있었다. _제8장 길을 알려 준 울새
“수전은 수완이 있는 여자예요.” 부인은 수다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침 내내 수전이 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어요. 수전이 이러더군요. ‘한번은 우리 애들이 쌈을 해서 내가 좀 잔소리를 하면서 이랬지. “내가 학교 댕길 때, 지리학 수업에서 세상이 오렌지 같다는 걸 배웠어. 열 살이 되기 전에 오렌지 한 알 통째는 누구의 것도 아니란 걸 알았지. 아무도 조그마한 조각 이상은 가질 수 없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만큼 충분한 몫이 있는 것도 아니여. 니들이 오렌지 한 알을 통째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어. 그랬다간 잘못이라는 걸 알 테니께. 된통 혼나지 않고는 그걸 깨닫지도 못혀.” 애들은 애들한테 배우는 법이지.’ 그러면서 또 이러더군요. ‘전체 오렌지 한 알 통째로 혼자 움켜쥐고 껍질을 까려 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그랬다간 씨앗도 먹지 못할 테니. 그건 너무 써서 먹지도 못혀.’” _제19장 “마침내 봄이 왔어!”
세계에서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중 하나는 이따금 내가 영원히, 언제까지나 영원히 살리라고 확신하는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가끔 온화하고 장엄한 새벽녘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홀로 서서, 뒤로 머리를 한껏 젖혀 올려다본다. 저 높이 높이 희미한 하늘이 천천히 바뀌며 불그스레해지고 놀랍고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동녘의 광경에 감탄을 내뱉게 될 때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면 심장은 수천 년, 수만 년, 수억 년의 세월 동안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의 낯설면서도 변함없는 장엄함에 가만히 멈춘다. 사람은 그때 실감한다. 영원히 살리라는 것을. 가끔은 해거름의 숲 속, 신비스러운 진한 금색의 잔잔한 적막이 나뭇가지 사이와 아래로 비스듬히 비쳐 들어와 아무리 애써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느릿하게 다시 또다시 말해 주는 듯할 때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후 가끔은 한밤에 진청색의 거대한 고요가 가만히 바라보던 수백만의 별들과 함께 밀려올 때 그 사실을 확신한다. 가끔은 저 먼 데서 어렴풋이 들리는 음악이 확인해 준다. 가끔은 어떤 사람의 눈에 떠오른 표정이 알려 준다. _제21장 벤 웨더스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