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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9118943362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목차
서문
김영욱 • 한 인간을 쓴다는 것
전기 이전의 전기
주아 • 동아시아 역사 서술의 질서 정연한 전통 • 《한서 열전》
윤진 • 로마 제정기 한 식민지 엘리트의 자기 합리화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강민혁 • 삶과 로고스가 함께 거주하는 미래의 철학 •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김한결 • 평전은 역사가 될 수 있는가 •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사유하는 삶
윤여일 • ‘그럼에도’의 생애사, 마르크스와 프루동 • 《카를 마르크스》·《프루동 평전》
이우창 • 문인의 글쓰기와 지성사적 전기 • 《데이비드 흄》
강초롱 • 철학을 살아내고자 한 철학자, 보부아르 •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삶의 자연 발생
정성욱 • 20세기 유전학을 비추는 독특한 역사적 렌즈, 바바라 매클린톡 • 《유기체와의 교감》
현재환 • 비판적 과학자 전기의 가능성과 어려움을 묻다 • 《루이 파스퇴르의 사적 과학》
삶이라는 예술
이진이 • ‘진정한 광인’ 아르토의 반 고흐론, 혹은 잔혹의 시 • 《사회가 자살시킨 자 반 고흐》
지영래 • 자아와 타자의 경계에서 • 《집안의 천치》
편영수 • 삶의 조각들로 카프카의 삶을 여행하다 • 《카프카: 초기 시절》·《카프카: 결정의 시절》·《카프카: 통찰의 시절》
나성인 • 음악가의 시민 사회 정착기 • 《슈베르트 평전》·《슈만 평전》·《브람스 평전》
이름 없는 전기
윤상원 • 규율 권력의 합리성과 광기의 문학 사이에서 • 《나, 피에르 리비에르》
김민철 • 19세기 무명씨의 삶: 침묵한 ‘보통 사람’의 흔적을 찾아 • 《루이프랑수아 피나고의 세계를 되살려내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유한 활동으로서 전기는 인간이 삶과 글 사이에 본질적 관계를 설정한 문화의 산물이다. 이 문화 속에서 형성된 인간이라면 망각과 죽음으로 떨어지는 삶을 글로 가로채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것을 완전히 터득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단지 살기만 했다면 삶을 느끼지도,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삶은 텍스트의 구조와 문체와 의미망에 따라 인식된다. 전기는 삶을 글로 옮기는 일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글을 통해 비로소 살게 되는 일이다. 쉽게 쓴 이 문장이 얼마나 많은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함축을 지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 개인으로서 인간을 앞세우고 투명한 이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전기는 고리타분한 휴머니즘의 전유물이며, 말하자면 극복되어야 할 인류세의 문학이다. 그런데 다음 인간, 다음 무엇인가의 형상은 전에 보지 못한 전기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전기의 원리는 나와 다른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규정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이 존재에 붙여진 잠정적 이름일 뿐이다.
김영욱, 〈한 인간을 쓴다는 것〉
《사기》와 《한서》는 처음부터 서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20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자 문화권의 지식인들은 사마천과 반고를 ‘반마’로 병칭하며 두 사람의 저작을 함께 논했다. [...] 유진옹(1231-1294)이 《반마이동평》(반고와 사마천의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한 평론)에서 문학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유진옹은 《사기 열전》에서 사마천이 허구의 내용을 동원해서까지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해 낸 것을 칭찬했고, 명 왕조의 지식인들도 같은 기준으로 《사기》를 문학의 모범으로 삼았다. 한편 청나라 때 고증학이 성행하면서 《한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다시 늘어났다. 조선 시대 정조(재위 1776-1800)의 경우 《사기》와 《한서》를 여러 번 읽기를 추천하면서도 모두 “《한서》는 끝내 법도에 매였기 때문에 문자 이외에는 여지가 보이지 않아 호탕하고 준결한 사마천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지식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고, 그에 따라 《사기》와 《한서》중에서 어느 쪽을 더 높이 평가할지도 바뀌어 왔다. 평가의 내용은 다양할 수 있지만, 모두 《사기》와 《한서》가 다른 역사서를 압도할 만큼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주아, 〈동아시아 역사 서술의 질서 정연한 전통〉
책에 나열된 미술가들의 삶은 피렌체, 이탈리아, 나아가 인류 문명에 관여하는 모든 예술 창작의 발전 서사와 관계 맺는다. 미켈란젤로에게로, 더 나아가 그 추종자인 바사리에게로 나아가는 미술의 전진은 완벽한 미적 이상을 ‘다시금’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피렌체 예술의 역사는 그 ‘선례precedents’를 구성하는 각 미술가 개인의 서사로 촘촘히 짜여 있다. 독자는 미술가들 삶의 연속으로부터 시대의 연속성을 확인한다. 바사리는 예술의 탄생, 진보와 퇴조 그리고 재생이라는 역사적 관점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평전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면서 그 안에서 생성된 크고 작은 계보들을 다룸으로써 ‘유파’라는 개념이 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또한 이것이 이후 미술사의 주요 방법론인 양식사와 맺는 관계를 예보하고, ‘유형’의 역사를 엿보게 하기도 한다. 요컨대 바사리의 평전에서 서술의 대상이 된 인물 각자는 미술의 근본이 되는 법칙들을 되살리려는 근대인들의 집단적 노력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바사리에게 평전은 ‘시대의 질서’, ‘양식들maniere의 질서’를 구현하는 도구다.
김한결, 〈평전은 역사가 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