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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299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6-09-05
책 소개
목차
1. 픽업 THE PICK UP / 8
2. 크리스마스 반지 THE CHRISTMAS RING /74
3. 여름 소나타 SONATA D’ETE /97
4. 전화 THE CALL /114
5.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DO YOU KNOW WHAT YOUR PROBLEM IS? /160
6. 냉전 A COLD WAR /176
7. 그리고 그다음에는? AND THEN? /193
8. 가능성 POSSIBILITIES /213
9. 실수 A MISTAKE / 226
10. 괜찮겠지 HE’LL DO /281
11. 도박 THE WRONG SIDE OF THE STRIP /297
12. 각성 UP LATE /314
옮긴이의 말 /340
리뷰
책속에서
현재에 충실하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책임지며, ‘이 잔인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다.’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살아가는 게 내 방식이었다. 나를 떠난 아내는 언젠가 나에게 ‘윤리 나침반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했었다. ‘횡령을 하든지 사기를 치든지 타인의 재산을 빼앗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방법으로 횡령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적자생존의 세상,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어찌 보자면 주식시장의 큰손들도 근본적으로는 나와 다르지 않은 횡령이나 사기로 막대한 부를 끌어 모으고 있지 않은가? 정부의 행정 명령이나 법령은 사람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을 뿐 나를 위해 만든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왜 반드시 정부의 행정 명령과 법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두려움은 무력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감정이었다. 상대가 자기 자신보다 강하다고 판단될 때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있다. 한 번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할 경우 빠른 시일 내의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 반면 분노는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는 너무나 분하고 두려웠다. 내가 세상에서 평생 긁어모은 돈을 모두 빼앗겨 빈털터리가 되기 직전이었으므로 길길이 날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팔다리를 완강하게 묶고 있는 테이프를 끊어내겠다는 듯 심하게 몸부림을 쳤고, 고개를 심하게 가로저으며 어떡하든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테이프에 막힌 소리는 밖으로 시원스럽게 터져 나오지 않고 머릿속에서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내가 준 반지 말이야.”
“반지가 왜?”
“최근에 다시 감정을 받아본 적 있어?”
“한 번 더 감정을 받았는데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감정가로 18만5천 달러래.”
“그야말로 땡잡았네.”
“그래, 땡잡았지.”
“그 반지를 팔래?”
“뭐?”
“혹시 반지를 처분할 생각이 있어?”
“누구에게 반지를 처분하라는 거야?”
“그 반지를 나에게 팔아.”
“도대체 왜?”
“그냥 그 반지를 사고 싶으니까.”
“도대체 왜 반지를 사고 싶은지 이유를 말해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그 여자에게 주려고?”
“그건 말할 수 없어. 다만 그 반지가 필요해.”
“왜 반지를 사려고 하는지 이유를 말해 달라니까.”
나는 듣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했다. 토드는 나와 이혼하면서 재산을 흔쾌히 나누어주었다. 3백만 달러짜리 집도 주저 없이 넘겼다. 하지만 반지는 단순한 재산 개념이 아니라 사랑의 정표로 준 물건이었다. 토드는 나에게서 정표로 준 반지를 돌려받아야 비로소 관계가 완전히 청산되는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토드는 늘 상대를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고,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마무리되어야 만족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