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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4373594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8-10-31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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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잔느는 요즘 경찰서에서 일하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건물이 커서 남의 이목을 끌 일도 없고, 적당히 인간적이면서 또 적당히 비인간적이라 저녁이 되면 더 있고 싶어질 일이 없었다.
잔느는 계단을 올라 지원실이 있는 3층으로 향했다.
경찰서의 일원이 된 지도 벌써 1년째다. 하지만 애초에 원했던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사관이나 형사가 되는 건 불가능했다. 다 안경 때문이다. 형사가 되려면 후각이 뛰어나고 눈치가 빨라야지 시력이 탁월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뭐, 이렇게 불공평한 게 어디 한두 가지인가……. 사는 것 자체가 불공평의 연속이니까. 그렇게 잔느는 사무직을 맡게 되었다. 이력 관리, 연월차 및 휴가 관리, 우편물 등 사무 전반에 관한 업무. 수사는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특별석이라면 특별석이었다.
잔느는 신속히 자기 자리에 앉아 겉옷을 벗어 팔걸이에 걸었다. 그런 다음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밀리미터 단위까지 자로 잰 듯 정확하고 규칙적인 손놀림으로 서랍을 열고 파란 볼펜 한 자루, 빨간 볼펜 한 자루,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하나, 스테이플러 하나, 계산기 하나를 착착 꺼내 책상 위에 나열했다. 핸드백에서 꺼낸 휴대전화의 고정석은 달력 왼쪽이었다. 비록 울리는 일은 없었지만. 열쇠는 휴대전화를 꺼낸 핸드백이 다른 서랍에 들어가고 굳게 잠긴 다음에야 다시 바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잔느는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동료들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매일 아침 어김없이 반복되는 의식이었다. 잔느와 잔느의 소소한 강박증.
바로 그때, 에스포지토 반장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잔느의 심장이 벌렁거리고 혈관을 돌던 피가 끓어올랐다.
BB 67400호 기관차는 비어있는 낡은 객차를 뒤에 달고 승강장 안으로 천천히 진입했다. 당연한 일이다. 생 샤를르가 출발역이니까. 초현대식 TGV가 전국을 누비는 시대에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구식 디젤 기관차가 아직도 레일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문이 열리자 언제나처럼 잔느는 가장 먼저 열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의‘지정석’. 마지막 칸, 구석자리.
학교에서도 항상 교실 맨 끝에 있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자리.
기차를 탈 때도 항상 그런 자리에 앉았다. 퇴근이 늦어져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때를 제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