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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4195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1-01-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학교에 처음 가기 전날, 선생님이 말했다. “남들과 다른 건 멋진 일이야. 게다가 신비한 능력까지 있으면 더 멋지지.”
조지안느 선생님은 내 신비한 능력을 알고 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조지안느 선생님과 몇몇 형사 동료들뿐이다. 경찰서에서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내가 주베 형사의 부관이 된 뒤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최근에 주베 형사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학교에 다니게 됐지만 해결할 새로운 사건이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주베 형사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 몇 달이 지났어도 나를 잊지는 않았으며(‘널 어떻게 잊겠니!’),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도 8월 내내 휴가였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곧바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답장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내 부관이 진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걸 축하해! 언제라도 경찰서에 들러. 다른 형사들도 오로르가 보고 싶대. 그리고 걱정하지 마. 곧 누가 사고를 치거나 사건을 일으키겠지. 그러면 곧장 오로르한테 도움을 청할게. 그 신비한 능력으로 우리를 도울 때가 금방 올 거야.’
조지안느 선생님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나랑 같이 학교에 다닌다.
선생님이 말했다. “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닐게. 네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게 돕고, 수업받는 것도 돕고, 좋은 애들이랑 어울리는지 지켜볼게.”
나는 태블릿에 썼다. “누구하고나 다 친하면 안 돼요? 항상 전부 다 친하게 지냈는데.”
“학교는 조금 달라. 너도 다녀 보면 알아.”
나는 선생님의 눈에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애들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미리 말해서 오로르를 걱정시키기는 싫어.’
내가 선생님한테 말했다. “저를 보호하지 않으셔도 돼요. 에밀리 언니를 괴롭히고 루시 언니를 괴물 나라에서 사라지게 했던 잔혹이들을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시죠? 그 덕분에 제가 주베 형사님의 부관이 됐잖아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저는 다 알아요. 엄마 아빠가 그러는데, 그런 못된 애들은 몇 명뿐이래요. 저는 학교에서 친구를 많이 사귈 거예요.”
선생님이 말했다. “진짜 좋은 친구 한 명을 만나는 것도 대단한 일이야.”
나는 ‘아주 멋진 친구라면 벌써 한 명 있어요. 이름은 오브예요. 언제든지 오브를 만나러 갈 수 있어요. 태블릿에 있는 별을 보면서 ‘참깨!’라고 주문을 외우면 돼요.’라고 쓰려다가 말았다.
우리는 모네를 따라서 다른 전시실로 갔다. 해 뜰 무렵의 항구와 배들을 그린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 있었다. 뿌옇게 푸른 세상 위로 붉은 해가 걸려 있었다.
“이 작품 제목은 <인상: 해돋이>야. 다른 모네 작품들도 봐. 붓 자국을 그대로 남겨 물을 표현했어.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1874년에는 낯선 기법이었지. 그래서 나쁜 평가를 받았어.”
내가 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람들은 새로운 걸 두려워할 때가 많아.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사람의 눈에 자기들이 어떻게 비칠지 두렵기 때문이지.”
내가 말했다. “그거 정말 재미있는 생각이네. 힘든 세상에서는 누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거나 그냥 좀 남다르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
모네가 말했다. “그래, 오브한테서 들었어. 힘든 세상에서는 오로르가 말 대신 태블릿이라는 걸로 대화한다면서? 글로 말한다니! 정말 멋져. 그림을 언어로 쓰는 거랑 비슷하잖아!”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아도 괜찮대.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은 남다른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고 말해. 자기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개념에 맞지 않는 걸 보는 게 싫은 거야. 그런데 ‘정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특별해 보이는 걸 억누르려고 ‘정상’이라는 개념을 스스로한테 강요하는 것뿐이야. 이제 백여 년 전 걸작을 너한테 보여 줄게. 그 당시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그림이야.”
우리는 다음 전시실로 갔다. 오브와 모네는 벌써 도착해 있었다. 거대한 캔버스에는 19세기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 손 잡고 걷는 어른과 아이. 파이프를 물고 잔디에 누운 선원 복장의 남자. 개와 원숭이. 모자를 쓰고 양산 아니면 지팡이를 든 사람들. 물에는 놀잇배들이 떠 있었다. 그림의 제목은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난 요즘 아무 일에나 다 화가 나. 너도 열네 살이 되면 알걸. 아, 맞다. 너는 안 그럴지도 모르겠네. 넌 아주 특별하니까.”
“내가 미워? 태블릿으로 말하는 동생이 있다고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 것 때문에?”
언니가 걸음을 멈추고 내 어깨를 잡았다.
“그래, 네가 말을 못한다고 못된 애들이 나를 괴롭혔어. 그렇지만 나는 걔들이랑 싸웠어. 걔들한테 확실하게 못 박았어. 너희는 너희랑 다른 사람을 보면 두려운 거라고. 그 알량한 무리에 끼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뿐이라고.”
“나를 위해서 싸운 거야? 정말 멋져. 고마워.”
“나는 남을 괴롭히는 애들이 싫어. 그렇지만 네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어. 그런 애들은 네가 장애인인 걸 붙잡고 늘어질 게 뻔하니까.”
내가 말했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야!”
“내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너도 알잖아.”
“자폐는 장애가 아니야!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야!”
“알았어, 알았어. 그 말은 절대로 안 쓸게.”
내가 말했다. “걔들이 언니를 계속 괴롭히면 나도 언니 옆에서 같이 싸울게.”
“걔들은 네가 똑똑하다고 시비를 걸 거야.”
“나는 이길 수 있어.”
“낮이나 밤이나 괴롭힘을 당하면 못 그럴걸. 나는 이 학교로 전학 온 다음부터 계속 당하고 있어.”
“우리를 건드려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차리게 만들 전략을 세워야 해. 그런데 언니는 지금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아.”
언니의 입술이 굳었다. 내가 아픈 곳을 건드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