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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5467674
· 쪽수 : 343쪽
· 출판일 : 2008-07-14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1 그립고 그리운 선생님
소를 닮으셨던 만우 선생님 - 김용운
만우 선생님에 대한 추억 - 김윤식
친구,형님,아버지 같던 우리 스승님 - 김춘석
사부 만우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 민병삼
환하고 환한 모습 - 박경혜
참 오래도 주무신다 - 박기동
은사,박영준 선생님을 기리며 - 박시정
인간적인,너무도 인간적인 - 박영애
스승과 제자 - 박희연
만우 선생,당구장에 계실걸 - 백시종
뚜벅뚜벅 걸어도 황소걸음 - 유홍종
만우 선생님을 추억하는 에피소드 3개 - 이덕화
만우 박영준 선생님의 초상 - 이영섭
끈끈한 인간적 진실 - 전인초
만우 박영준 선생님을 사모함 - 정구종
박영준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 정현기
만우(晩牛) 선생님 접견기 - 조정래
덕소로 가는 길 - 최유찬
수줍음 속에 감추어져 있던 낭만 - 정연희
그립고 그리운 선생님 - 추은희
선생님을 생각하며 - 한순옥
2 만우 박영준 문학과 사랑
박영준의 문학과 사랑 - 강승희
호미와 바가지 - 그 진실의 이름 - 김동민
박영준 교수님의 진실과 작가정신 - 오동춘
빈곤과 고독의 의미 - 이선영
작가 박영준 - 정현기
박영준 - 조남철
소박한 성실성과 신 윤리주의 - 유주현
3 스승 20년 추모 30년
영원히 메울 수가 없어라 - 박두진
그분 - 박목월
깨끗하고 귀하신 선생님 - 이범선
고우신 만우 선생님 - 정공채
삼십 년 전의 약속 - 김녕희
'만우'와 함께한 시간 - 김대규
만우 박영준 선생 - 김석득
스승님과의 당구 - 박양호
내가 아는 만우 선생님 - 성낙수
만우 선생님 - 유태영
있는 만큼만 보여 주신 선생님 - 이종순
어느 불발탄의 추모 - 정건영
만우 선생님을 그리며 - 조남철
스승 20년 추모 30년 - 최기준
어둠만이 가득 찼습니다 - 최인호
만우 박영준 선생님의 추억 - 한광구
편히 쉬시옵소서 - 박승렬
아버지를 생각하며 - 박경림
큰아버님을 추모하며 - 박승일
책으로 둘러싸인 뿌연 골방의 할아버지 - 박창규
책속에서
“가난은 자랑이 못 된다. 그러나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 믿는다. 나는 가난 속에서 났고 가난 속에서 자랐고 또 장차 가난 속에서 죽으리라 믿는다. 내가 아는 사람도 내가 본 사람도 역시 가난한 이들뿐이었다. 그 속에서 내 소설이 가난이 아닐 수 없다. 그 가난과 싸워 이기지 못한 것은 물론 내 힘이 부족했던 탓이겠지만 옴짝도 못 하게 사지를 묶었던 죄도 없지 않다. 이제 사슬은 풀리었다.”
-첫 창작집 『목화씨 뿌릴 때(1946)』 자서에서
이제 우리는 스승님의 동료이셨던 큰 어른들(예컨대 이미 고인이 되신 박두진 선생님, 유주현 선생님, 이범선 선생님, 박목월 선생님 등)이 우리 스승님께 보내 주셨던 따뜻한 마음의 빛들은 물론이고, 스승에게서 배운 여러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두툼한 그리움의 말글 책 한 권을 묶어낸다. 우리는 만우 박영준을 스승으로 모시는 행운을 누린 후생 제자들이다. 해와 달이 바뀌면 저절로 이 제자들도 나이가 더 들어 이런 그리움을 드러낼 기회가 사라진다.
우리들의 스승님!
만우 박영준 선생님!
늘 부끄럽기 짝이 없는 제자들이 조촐한 이 책을 묶어 바치오니 평안히 계신 그곳에서 독특하고 따뜻했던 웃음 띤 얼굴로 지켜보시고 즐거워하십시오. 그렇게 우리는 여기 다시 엎드려 빌 뿐이다.
- 「책머리에」에서
아랫목에는 갓 100일이 지난 아기가 잠자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잠든 아기를 내려다보시다가 당신도 아기 옆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서 잠드시는 게 아닌가? 석유곤로에 닭백숙을 앉히고 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온 아내도 숨을 죽이고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따뜻한 겨울, 밖은 캄캄한 밤이었고 어둑한 방 안에 잠든 선생님과 우리 아기, 우리 내외는 아주 오래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잠든 선생님과 우리 아기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감동스러웠던지, 나는 자칫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마 아내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6개월쯤 후에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영안실에서 못 흘렸던 눈물이 집에 돌아와 우리 아기를 보는 순간 봇물처럼 터졌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날, 우리 아기가 백일을 갓 지난 그날, 닭백숙이 익어가고 있던 그날 이래로 여태 주무시고 계십니다. 참 오래도 주무시는군요.
- 본문 「참 오래도 주무신다」(박기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