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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87162478
· 쪽수 : 302쪽
· 출판일 : 2012-06-1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뭐니뭐니해도 못 다한 일이 많은 나의 일생이었다. 이럭저럭 삼십 년 간이나 살았는데도 나는, 제대로 사랑도 못해보았고, 결혼도 못해보았고, 아이를 낳아보지도 못했고, 쿠사바 마을의 물에 대해서 문장으로 묘사하는 일도 끝내지 못했고, 그리고, 쿠사바 마을에 살아 돌아오지도 못했다.
야에코는 내가 가르쳐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르쳐준 내가 훨씬 전에 가사를 잊어버리고, 야에코는 야에코대로 내가 가르쳐주었다는 사실을 깨끗이 잊어버렸다. 전에 우리 오누이는, 그 짧은 노래를 백번도 이백 번도 함께 노래하곤 했었다.
잊었다,라고는 말하지 못하게 하리라.
날아다니는 반딧불과 습기 찬 뜨거운 대기가 격렬하게 정염을 부추기는 여름밤, 물망천의 차디차고 기분 좋은 흐름을 헤엄쳐 건널 때, 야에코는 언제나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기슭에 기어올라 한숨 돌리는 사이에도 노래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달빛에 물든 몸에서, 적당한 양의 털로 감춰진 사타구니에서, 뚝뚝 물방울을 흘리면서 대나무숲 속의 오두막을 향해 갈 때에도 노래하고, 내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움직일 만큼 움직이고, 소리칠 만큼 소리치고, 눅진해진 뒤에도 노래했다.
나는 태양빛에 녹아버리고 싶었다.
아니면, 개미가 되어서,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짓밟혀 뭉개져버리고 싶었다. 물망천의 둑길을 땀투성이가 되어 터벅터벅 걷는 내 모습을, 만일 누군가가 목격했다면, 틀림없이 병자나, 혹은 술주정뱅이나, 혹은 변태성욕자 등속으로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주위에 사람 모습은 없었고, 기척조차 없었고, 사방은 고요하게 맹위를 떨치는 빛과 열에 지배되어, 풀과 나뭇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